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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를 말하다

길거리괴롭힘과 공공장소 몰카

길거리괴롭힘과 공공장소 몰카

이 글은 그라치아 2015년 제3권 제15호(통권 59권)에 일상에서 당하는 성폭력, 화장실 몰카라는 제목으로 실렸습니다.



최근 화장실 몰카에 대한 경악과 분노가 거세다. 화장실에 가려면 마스크를 써야겠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학교 화장실, 직장 화장실에서 몰카가 발견되었다는 이야기는 때때로 들려왔지만, 화장실, 헬스장 샤워실 등 장소를 가리지 않는 몰카가 회원수 100만명 이상에 조회수 평균 5만건 이상인 성인사이트 소라넷에서 지속적으로 유통되어 왔다는 것은 덜 알려진 사실이다.

 

길거리, 공원, 관공서와 공공기관, 학교, 의료기관, 엘리베이터, 대중교통, 그리고 공공화장실은 수많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공간이다. 그리고 여성들이 가장 빈번하게 괴롭힘과 성적 침해를 경험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여성가족부2013년 성폭력 실태조사에 의하면, 여성들이 겪은 가벼운 성추행은 대부분 대중교통시설에서(71.4%) 모르는 사람으로부터(80.6%) 발생했다.





길거리괴롭힘(Street Harassment)은 모욕적인 시선, 언어적 괴롭힘, 성추행, 성기노출, 쫓아오기 등 공공장소에서 여성과 성적소수자가 겪는 괴롭힘과 폭력을 말한다. 사소하게 여겨지고 있지만 길거리괴롭힘 경험자에게 불쾌감, 긴장감, 두려움, 분노 등 부정적 영향을 주고 일상적인 장소를 편안하게 이용할 수 없게 한다. 한 여성이 귀가길에 엉만튀(‘엉덩이를 만지고 튀다’)를 겪고 그 길로 돌아오는 것이 싫어졌다면? 그리고 이후에도 또 다시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됐다면? 결코 일부의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길거리괴롭힘 반대행동은 2000년대 중후반 미국에서 시작되어 현재 전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고, 한국성폭력상담소도 지난 4월부터 길거리괴롭힘을 알리고 사례를 모으는 캠페인 상상툰을 진행 중이다(jinsangroad.org). 많은 여성들이 공공장소에서 겪은 폭언과 성추행을 제보해오고 있다. 그러나 여성들을 몰래 촬영한 사진이 온라인상에서 길거리 S라인과 같은 이름으로 광범위하게 돌아다니고 있음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길거리 몰카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가장 흔히 일어나는데도 숨겨져 있었던 길거리괴롭힘의 하나가 몰카였다.

 

현재 성폭력처벌법 제14조 등을 통해 동의 받지 않은 신체의 촬영이나 그 촬영물의 유포를 처벌할 수 있게 되어있지만, 현재 몰카범과 소라넷에 대한 실효성 있는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있다. ‘메갈리안’(현재 디씨인사이드 결혼못하는남자 갤러리와 페이스북 페이지 등에서 활동하는 여성폭력반대 커뮤니티)도 몰카근절프로젝트팀을 꾸려 대응활동에 나서는가 하면 몰카 피해를 줄이고 몰카범을 처벌하기 위한 방법을 여성들 스스로 모색하고 있다. 몰카범에게 경고하지 않으면서 공공장소를 이용하는 여성들이 몰카를 주의하도록 하는 대처법에도 많은 여성들이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이번에는 가급적 화장실에 가지 말라는 식의 몰카 예방법이 등장하지 않기를 바란다.

 

대다수 여성이 이미 몰카 피해를 입었거나 자신도 몰카의 피해자는 아닌지 불안함을 느끼고 있다. 남성집단 다수가 몰카를 소비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몰카는 소수의 문제가 아닌, 우리사회 대다수의 일상생활과 연결된 문제이다. 특히 화장실 몰카는 현재 여성의 일상생활을 가장 불쾌하고 두렵게 만드는 문제의 하나다. 몰카의 제대로 된 처벌과 함께, 여성의 몸을 함부로 보고, 평가하고, 도구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여기는 성문화를 바꾸고, 몰카를 보는 행위가 여성에 대한 폭력에 동조하는 일이라는 인식이 확산되어야 한다.

이건 스캔들이 아닌 성범죄다. 성적인 폭력이고 아주 역겨운 일이다. 만약 내 누드사진을 본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은 스스로 부끄러워 해야 한다. 나는 당신들이 내 누드사진을 봐도 된다고 말한 적이 없다. (제니퍼 로렌스)”


글쓴이: 잇을 (성문화운동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