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섹슈얼리티를 논하는 비정기포럼 첫 번째,
성범죄 의료인 취업제한 위헌, 어떤 의미인가? 를 진행했습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성폭력 이슈에 발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하고 대응하기 위하여 ‘섹슈얼리티와 정치를 논하는’ 정색포럼을 열어
헌법재판소가 내린 청소년보호법 56조 1항 12호 위헌 결정의 의미, 이에 따라 법개정이 필요한 상황에서
성폭력생존자를 지원하는 현장의 목소리를 모으고 대응 방향을 모색해보고자 하였습니다.
2016년 3월 31일, 헌법재판소는 성범죄 의료인 취업제한과 관련한 아동청소년성보호법 56조 1항 12호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는 성범죄 의료인 취업제한 자체가 위헌이라는 말이 아니라, 재범위험성이 낮은 성인대상 성폭력범죄를 행한 의료인에게 일률적으로 취업제한 10년 적용이 과도하다고 본 것이지요.
토론회 발제를 맡아주신 이경환 변호사님은 이번 위헌 결정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의료직을 비롯한 어떤 직군에 관계없이, 범죄의 종류와 형량 및 재범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10년으로 일률 적용되는 점이 문제이며, 합리적으로 취업제한 문제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취업제한 제도 자체가 성범죄자의 재사회화를 어렵게 하는 측면 또한 간과할 수 없다는 지적도 해주셨습니다.
다만, 의료인의 경우 직업 특성상 타인의 신체를 다루기에 엄중한 윤리가 요구되기에 법률상으로 취업제한 제도 외에, 결격사유를 두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을 것이라고 의견을 밝혀주셨습니다. (변호사의 경우 범죄종류와 상관없이 금고이상이 형이 선고되면 활동을 일정 기간 중단하는 등의 결격사유가 있음.)
또한 2015년에 헌법재판소에서 내린 성충동 약물치료와 전자발찌 위헌 소송에 대한 결정을 짚어보면서, 이같은 성범죄자 보안처분을 결정하기 위하여 고려하는 재범위험성에 대한 판단 기준이 과연 타당한지 여부도 재고할 필요가 있음을 언급하였습니다.
이후 진행된 객석토론에서는 의료인 성범죄의 사전 예방과 사후 처리의 필요성과 대안, 재범위험성의 타당성, 법개정의 방향성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습니다.
이번 위헌 결정과 성범죄로 인하여 출교된 고려대 의대생이 타교 의과대학에 입학하게 되는 사건 보도 이후 전 사회적으로 의료계 내부에서 사전 및 사후 성폭력 예방의 필요성이 대두된 바 있었습니다. 토론 자리에서도 성범죄 의료인의 경우 의료법상 결격사유로 규정하고, 의료면허 취득 과정에서 성폭력예방교육을 필수로 이수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등의 의견도 모아졌습니다. 이에 이경환 변호사님은 폭행이나 상해, 성범죄 등 신체를 존중하지 않는 범죄를 저지른 경우를 결격사유의 기준으로 삼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의견을 덧붙여 주셨습니다.
두 번째로 논의된 점은 성범죄의 재범위험성 결정하는 척도의 타당성한지 여부입니다. 현재 재범위험성 척도는 몇 가지의 제한된 기준에 의하여 재범위험성을 개량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이지요. 토론에 참여한 한 법조인은 살인죄가 적용된 정당방위 사건을 지원하며 피고 저학력 40대 여성의 경우 전과가 없음에도 재범위험성이 높게 나와, 의료인의 경우 가정환경이 좋은 편이 많아 오히려 재범위험성이 낮게 나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언급하기도 하여, 재범위험성의 기준은 과연 어떤 것이 되어야 할지에 대한 논의로 이어졌습니다. 한 참석자는 피해자의 의사 또한 고려해볼 수 있는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척도의 기준이 어떤 것이 되어야 할지 생각해볼 수 있는 이야기를 해주시기도 하였습니다.
끝으로 본 건에 대한 헌재의 결정에 따른 입법방향에 대한 토론도 진행되었습니다. 이경환 변호사님은 독일의 경우 재판부가 취업제한의 구체적인 기한까지 결정하고 있어 참조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법률적으로 큰 범위를 정하고 구체적인 사건 면에서 재판부가 고려해볼 수 있도록 형량을 큰 기준으로 삼아볼 수도 있겠다는 의견을 주시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현실적인 방안과 더불어 보안처분의 효과성 자체를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으로 이어졌습니다. 한 참여자는 처벌 강화 정책의 효과성에 대하여 토론할 여지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한편으로는 상담소가 처벌 강화에 강력하게 찬성할 것을 요구받는다며 현재 처벌 강화 정책이 주무부처 간의 밥그릇 싸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시급하게 사회적인 토론과 성찰로 이어질 필요가 있음을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이어 피해자를 지원하는 기관 입장에서 보았을 때, 한국의 성폭력 처벌은 추가처분에 방점이 가 있다고 본다며 경찰청 통계를 참조해보아도 성범죄 재범률이 타 범죄에 비하여 낮은 상황에서 초범자를 감형해주고 재범자를 더 엄하게 처벌하는 것이 맞는 방향일지 의문이라며, 오히려 처벌의 확실성을 높일 수 있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이에 이경환 변호사님은 전자발찌 부착 대상자는 성범죄 신고율 10% 미만인 상황과 기소율과 감형 요소를 뚫고 5년 이상 선고된 사람만 적용되기에 처벌의 확실성을 높이기 위해서 초범에 대한 실형 선고율을 높이고, 신고율을 높이기 위한 피해자 권리 보호 제도에 더욱 신경을 쓸 필요가 있음을 강조해주셨습니다.
그리고 형사 정책이 손쉬운 감시감독 방향으로 흐르는 것을 경계해야 하며, 특히 성범죄의 경우 법은 강하게 만들어놓고 실행을 유예하고 법을 고치는 입법 행태가 바뀔 필요가 있음을, 궁극적으로는 우후죽순 개정된 성폭력 개별 법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형법을 개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음을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성범죄 보안 처분에 대한 위헌 소송이 잇따르는 가운데, 이번 토론은 현 성폭력 처벌 정책의 흐름과 의료인의 직업적 특수성에 기반하여 성범죄에 대한 예방 정책의 방향을 구체적으로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상담소는 토론에 그치지 않고, 성폭력 입법 정책의 방향을 모색하고 제언하며 열심히 활동하겠습니다. 앞으로 열릴 정색 포럼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글쓴이: 차차 (여성주의상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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