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은 피해자와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으로서, 2016년 3월 16일 경 학내 공무원 시험 준비 소모임인 ‘공준모’에서 피해자를 만나 알게 된 사이이다.
피고인은 2016년 10월 20일 오전 0시 26분경에 서울특별시에 있는 호프집에서 소모임 ‘공준모’ 회식을 하면서 소모임 회원들과 함께 술을 마셨다. 피해자는 그날 학교에서 담당 교수가 “여자애들은 얼굴이나 예뻐야지, 공부해서 뭐 하려고”라고 하여 기분이 나쁜 상태였기 때문에 평소 주량보다 훨씬 많은 양의 술을 마셨다. 술자리가 파한 후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이야기 좀 더 하자며 집에서 술을 더 마시자고 제안했고, 근처 편의점에서 피해자의 체크카드로 수입 맥주 4캔과 과일 소주 1병, 과자 등을 구입하여 피해자의 원룸으로 같이 가서 술을 더 마셨다. 피고인은 피해자가 술에 취한 모습을 보고 피해자를 간음하기로 마음먹고, 술에 취해 항거불능 상태에 있는 피해자를 침대에 눕힌 후, 피해자의 옷을 벗기고 피해자의 배 위로 올라타 피해자에게 성기를 삽입하여 간음하였다. 피고인은 위와 같이 피해자를 간음한 사실이 있었음에도, 2017년 3월 피해자로 하여금 형사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피해자가 피고인으로부터 강간을 당한 사실이 없음에도, 강간을 당하였다고 주장하며 고소를 하였으니 엄벌해 달라’는 허위 내용의 고소장을 제출하여 피해자를 무고하였다.
피고인은 피해자가 피고인을 좋아했다는 점, 혼자 사는 원룸으로 피고인을 데려간 점, 편의점에서 피해자의 카드로 술과 안주 대금을 결제한 점, 편의점 직원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당시 피해자는 술에 취해 걸음걸이가 비틀리기는 했지만 인사불성에 이를 정도는 아니라는 점 등을 들어서, 사건 당일에는 피해자와 합의 하에 자연스럽게 성관계를 하였을 뿐이며, 항거불능 상태에 있는 피해자를 간음한 사실은 없다고 주장한다. 또한 피해자가 성관계 이후, 피고인으로부터 시험공부 때문에 피해자와 사귈 의사가 없다는 말을 듣고 자존심이 상해서 피고인에게 간음을 당했다는 허위 고소를 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해자는 평소 주량이 맥주 1-2잔 정도인데, 사건 당일에는 소주와 맥주를 섞어서 4-5잔을 마셔서 많이 취해 있었고, 회식이 끝난 후 집으로 가는데 피고인이 따라와 ‘이야기 좀 더 하자’, ‘너희 집에 가서 편하게 술을 마시자’고 하므로, 거절하기 미안해서 함께 편의점으로 가서 술과 안주를 구입해 피해자의 집으로 가서 맥주 2캔을 더 마셨으며, 그 후에 술이 취해 깨어나 보니 피해자의 옷이 벗겨져 있었고 간음을 당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고 진술하고 있다. 피해자는 사건 직후 10월 20일 오후에 피고인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서 ‘어제 저한테 하면 안 되는 짓 하셨잖아요’라고 항의했고, 피고인은 ‘미안해 내가 어제 너무 취해서’ ‘내가 제정신이 아니었나봐’ ‘잘못했어 한번만 용서해줘’라는 내용으로 사과를 했다. 또한 증인 김정화의 증언에 의하면 피해자는 10월 20일 오후에 김정화에게 ‘피고인과 단 둘이 술을 마시다가 반쯤 잠들어 있었는데 피고인이 피해자의 몸을 만졌고 ‘하지 말라’고 하면서 피고인을 밀친 기억은 있는데 너무 졸리워서 그 다음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정확하게 기억을 하지 못하며, 일어나보니 옷이 다 벗겨져 있었고 성관계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고 울면서 이야기를 했고, 그 이후에도 수차례 새벽에 울면서 김정화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고통을 호소하였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증인 조은희의 증언에 의하면 2017년 1월 피해자가 상담소에 전화를 걸어와서 상담을 하였는데, 피해자의 태도와 진술의 일관성.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 등으로 보아 피해자의 진술이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해서 수사와 재판 과정을 지원을 하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
형법 제299조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를 형법 제297조, 제298조의 강간 또는 강제추행의 죄와 같이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에서의 항거불능의 상태라 함은 형법 제297조, 제298조와의 균형상 심신상실 이외의 원인 때문에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다 ( 대법원 2000. 5. 26. 선고 98도3257 판결, 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9도2001 판결 등 참조).
또한 법원은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피해자 등의 진술의 신빙성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논리성·모순 또는 경험칙 부합 여부나 물증 또는 제3자의 진술과의 부합 여부 등은 물론, 법관의 면전에서 선서한 후 공개된 법정에서 진술에 임하고 있는 증인의 모습이나 태도, 진술의 뉘앙스 등 증인신문조서에는 기록하기 어려운 여러 사정을 직접 관찰함으로써 얻게 된 심증까지 모두 고려하여 신빙성 유무를 평가하게 되고( 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도7917 판결 등 참조), 피해자를 비롯한 증인들의 진술이 대체로 일관되고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경우 객관적으로 보아 도저히 신빙성이 없다고 볼 만한 별도의 신빙성 있는 자료가 없는 한 이를 함부로 배척하여서는 안 된다( 대법원 2005. 4. 15. 선고 2004도362 판결 등 참조).
따라서 다음과 같은 사실관계, 즉 피해자가 술에 취해 사건 당시의 정황들을 구체적으로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사건 당일에 평소보다 술을 많이 마시고 의식을 잃었던 점, 깨어난 후 옷이 벗겨지고 성관계의 흔적이 남아 있음을 깨닫고 곧바로 피고인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로 연락해서 불쾌감을 표현하며 사과를 받고자 했던 점, 피고인 역시 사건 당일에는 수차례 미안하다고 사과를 한 점, 피해자가 사건 직후 만난 친구 김정화에게도 술에 취한 상태에서 피고인으로부터 간음을 당하였음을 호소하였던 점, 이후 양성평등센터 및 주변 친구들에게도 자신의 피해사실에 대해 도움을 요청하였고 정신과 치료를 받아온 점, 사건 이후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기억하는 부분과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을 구분해서 구체적이고 일관된 진술을 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본다면 피고인이 피해자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하였음이 충분히 인정되므로 준강간죄가 성립한다. 피해자가 술에 취했지만 인사불성은 아니었다는 편의점 직원의 진술서나, 피해자가 피고인을 좋아하고 있었으며 소모임 뒤풀이에서 헤어질 때도 팔짱을 끼고 분위기가 좋았다는 증인 홍채린의 증언은, 준강간죄의 성립 여부에 대한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없는 단순한 정황사실에 불과하다.
또한 피고인이 피해자를 간음한 것이 사실임에도, 피해자를 형사처벌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 고소를 한 이상 무고죄가 성립한다.
3. 선고형의 결정
피고인이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은 유리한 정상이나,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평소 알고 지내던 피해자가 술에 취해 있는 상태를 이용해서 간음하고, 범행 이후에도 계속해서 범행을 부인하다가 피해자로부터 고소를 당하자, 다시 피해자를 무고하는 등 죄질이 불량한 점, 이 사건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상당한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가 강력하게 처벌을 원하고 있는 점, 무고의 경우 상당한 수사 및 재판기관의 비용과 인력이 낭비되어야 하는 등 그러한 범행의 예방을 위해서도 강력한 처벌이 필요한 점 등을 고려하여 볼 때 피고인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와 경위, 범행 후의 정황 등 여러 양형조건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본 모의법정의 전체 대본과 판결문은
향후 '2017 성평등한 사회를 위한 성폭력 판례뒤집기' 자료집에도 수록될 예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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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한 사회를 위한 성폭력 판례뒤집기 토론회 <피해자 권리 상실 삼각지대, 준강간>은
2017년 9월 19일(화) 오후 3~6시에 서울혁신파크 청년허브 다목적홀에서 진행됩니다.
주제는 '준강간' 성폭력 판례이고, 본 상담소 부소장 오매가 사회를 맡았습니다.
1부에서는 본 상담소 성문화운동팀 활동가 박아름(앎)과 이은의법률사무소 변호사 이은의님이 발제를 하고
페미니스트 의사 이원윤, 장애여성공감 대표 배복주님이 토론을 할 예정이며,
2부에서는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 추지현님의 발제와
본 상담소 여성주의상담팀 최영지, 여성주의 연구활동가 김홍미리님의 토론이 이어질 예정입니다.
중요한 성폭력 판결 시리즈 1. <단 하나의 기준, 적극적 합의>가 8월 31일자로 발간되었습니다.
작년 여름 언론에 소개되어 화제가 되었던 마빈 주커 판사의 '혁신적인' 판결문
캐나다 온타리오 법원, 2016.07.21. 선고, 2016ONCJ448 판결을 전문 번역한 사례집입니다.
적극적 합의란 어떤 개념인지 한 번 살펴볼까요?
"적극적 합의란 성적 행위에 참여하는 것을 자발적으로 혹은 자유롭게 동의한 데에 있어서 드러나는 공통의 요소들을 말한다. 항변하거나 저항하지 않았다고 해서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다. 성적 행위에 대한 동의는 의식적으로 이루어지거나, 동의를 했다는 자각 하에 이루어져야 한다. 적극적 합의란 성적 행위에 참여하는 것에 대한 적극적이고, 의식적이며, 자발적인 동의이다. 성행위에 관여한 모든 사람은 그 또는 그녀가 상대방과 성적 행위에 대한 적극적 합의를 이루었다는 것을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다."(214p)
"합의의 정의는 최소한 a) 성적 행위에 대하여 자유롭게 동의한 것을 뜻함. b) 언어적 혹은 물리적 저항이 없었음. 위협 또는 힘의 사용에 굴복한 것은 동의라고 볼 수 없음. c) 상대방의 옷차림은 동의의 의사표현이 아님. d) 과거의 성적 행위에 대한 동의는 미래의 성적 행위에 대한 동의가 아님. e) 한 사람과 성적 행위를 하기로 동의한 것은 다른 사람과 성적 행위를 하는 것에 대한 동의가 아님. f) 개인은 언제든지 동의를 철회할 수 있음. g) 개인이 그 행위의 성격을 이해할 수 없거나, 정황상 의식적인 동의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성적 행위에 대해 동의가 있다고 할 수 없음. 을 인정한다" (214p)
"적극적 합의는 성적 행위 도중에도 계속해서 지속되어야 하며, 어느 때에든지 철회될 수 있다. 성적 행위에 관련된 행위자들이 평소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것이나, 과거에 성적 관계가 있었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는 절대 합의라고 볼 수 없다."(215p)
<단 하나의 기준, 적극적 합의>는 아쉽게도 한정된 부수로 인해 출력본 책자는 벌써 신청이 마감되고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