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1. 일방적인 후원/기부가 감경사유가 된 판례와
피고인 변호 전략의 문제점
이미경(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문제제기 : 가해자들의 감형을 위한 새로운 시도 ‘후원/기부’
- 우리사회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이 가해자로터 피해에 대한 금전적 보상을 받는 것에는 수 많은 편견들이 있었음. 상담현장에서 보면 가해자 측으로부터 “몸 팔아서...”라는 피해자를 향한 비난을 받고 있음. 언론에서도 돈과 연관이 되었다하면 곧바로 ‘꽃뱀’이라는 수식어를 달며 비난조 기사를 싣고, ‘순수하고 않은 피해자’로 명명되고 있음. 따라서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심리적, 육체적 손해에 대한 배상을 아예 원하지 않는 경우들도 많음.
- 그동안 피고인(피의자)들은 피해자와 합의를 하고 사건을 무마시키곤 했지만, 2013년 친고죄 폐지 이후에는 합의를 하더라도 형사사법절차가 지속되고 있음. 그럼에도 합의나 공탁은 양형에 영향을 주고 있는 현실임.
- 최근, 가해자들이 찾은 새로운 길은 단체에 후원하여 반성했다는 것을 보여 감경받고자 함. 이는 현행 양형기준의 감경요소인 ‘상당 금액 공탁’ 및 ‘진지한 반성’의 영향이 크다고 봄. 이러한 가해자들의 감형을 위한 시도에는 피고인 개인만이 아니라 가족이 동원되기도 하고, 나아가 가해자 전문변호사들이 로펌에서 조직적으로 움직이기도 함. 우리는 이러한 후원활동과 기부금은 “진정한 반성이 아니다”고 보며, 피해자가 원치 않는 경로로 피고인들이 감형을 받는 것을 적극 반대함.
- 단체들은 불온한 성격의 후원자를 찾는데 때 아닌 ‘색출노력’을 해야 하는 상황임. 이는 선의의 기부자들까지 의심하게 할 뿐만아니라, 활동가들의 업무를 방해하고 있음.
-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는 2015년 한 판결문에서 후원금 관련 감형 사례에서 직접 본 상담소가 거명된 사실을 언론보도를 통해 알게 되었고, 이후 계속되는 가해자들의 정기후원금이나 일시기부 행태가 이어지고 있음.
- 오늘 발표문에서는 본 상담소 이름이 거론된 2015년 1,2심 판결문에 적시된 양형의 이유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았음. 이외 인용한 판결문은 로앤비 사이트(www.lawnb.com), 성폭력범죄 피고인 변호 성공사례를 광고한 6개 법률사무소의 홈페이지, 1개의 성범죄 관련 사이트에서 2015~2017년의 성폭력 판례 중 “후원금”, “기부금”, “반성” 등과 같은 키워드로 검색해서 나온 판례를 하나씩 확인하는 방법으로 찾은 것이고, 이 중에서 합의가 이루어진 사례는 제외하였음.
후원금 등을 이유로 피고인의 선고유예 판결
(1) 사건 :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 2014. 5. 27. 밤10시경 지하철 5호선 승차장에서 휴대전화의 카메라기능을 이용하여 이름을 알 수 없는 피해자의 치마 밑으로 허벅지 및 속옷 부분 촬영하고 또 다른 역에서 또 다른 피해자의 치마 속을 촬영
- 2014. 5. 27. 밤 10시 30분경. 지하철 5호선 둔촌역을 진행 중인 객차 안에서 피해자 C(여, 26세)의 치마 속을 촬영
(2) 판결
⓵ 1심 : 300만원 벌금형, 신상정보 등록의 선고유예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인정하며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는 점,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전혀 없는 점, 피고인이 범행 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자원봉사활동을 하면서 다시는 범행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는 점, 피고인의 모와 직장 동료들이 피고인의 선처를 구하고 있는 점, 가족과 일정한 직장이 있는 등 사회적 유대관계가 분명한 점, 그 밖에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촬영의 정도, 범행 후의 정황, 피고인의 연령, 성행, 가정환경 등 제반 양형 조건을 종합하여 300만원 벌금형의 선고를 유예하기로 한다”
* 서울동부지방법법원 2015. 1. 16. 선고 2014고단3207) / * 판사 채승원
⓶ 2심: 선고유예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자백하면서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 범죄전력이 전혀 없는 초범인 점, 성폭력예방프로그램을 자발적으로 수강하고 한국성폭력상담소에 정기후원금을 납부하면서 다시는 이와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는 점, 피해자들과 합의하기 위해 진지한 노력을 기울인 점,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직업,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을 비롯하여 형법 제 51조에 정해진 사항을 참작하여 개전의 정상이 현저하다고 인정되므로, 300만원 벌금형의 선고를 유예하기로 한다.”
* 서울동부지방법원 2015. 6. 18. 선고 2015노95 판결 /* 재판장 판사 최종한, 판사 김정곤, 판사 서삼희
(3) 비판
- 본 사례의 경우, 피고인이 한국성폭력상담소의 홈페이지에서 후원회원으로 가입을 하고 신용카드결재로 총 5회 회비를 납부(2014년 10월, 11월, 12월, 2015년 1월, 2월)하였음. 선고유예 판결을 받은 1심 재판(2015년 1월 16일) 이후 1회만 더 후원금을 납부하고 이후에는 일방적으로 후원을 중단하였음.
- 본 상담소에서는 통상 후원회원들의 기부금 영수증을 연말에 국세청 홈페이지를 통해 출력하거나, 우편으로 발송해 연말정산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음. 본 사건과 관련해 피고인에게 기부금 영수증을 발부한 사실이 없음. 그럼에도 재판부가 이를 감경사유로 판단한데에는 피고인이 온라인 송금한 내역서를 복사해서 제출한 것으로 사료됨.
- 해당 재판부에서 후원금 관련해서 본 상담소에 전화나 공문으로 확인한 사실이 없음.
- 재판부는 피고인이 제출한 영수증 하나로 피해자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감형을 해 주고 있음을 알 수 있음. 이러한 관행은 재판부기 피고인의 ‘진심어린 사죄’와 관계없이 ‘후원/기부’ 여부만으로 감경해주고 있음을 알 수 있음. 이는 피고인에 대한 적절한 처벌을 기대하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것이며, 공정성과 정의로움을 담보하는 재판이라고 할 수 없음.
- 따라서 법원은 이와 같은 피고인의 ‘일방적인 후원/기부’의 실태와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여 이를 감경요소에서 배제해야 함.
- 재판부는 피고인이 양형요소 관련 자료 제출 시 사실관계를 제대로 확인해야 할 뿐 아니라 더 나아가 피해자와의 합의를 처벌 여부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핵심 감경요소로 고려하는 사법관행에 대해 비판적인 논의가 필요함.
- 위 사례와 같은 ‘일방적 기부/후원’과 ‘공탁’은 감경요소에서 완전히 배제해야 함.
기타 성폭력 사건 판결문에서의 감경요인 : “사회봉사”
- 아래 판결문에서 보면 “후원/기부”와 같은 맥락에서 “사회봉사”도 감경요소가 되고 있음.
- 사회봉사의 의미를 오염시키고 단지 이를 자신의 감형요건으로 악용하는 사례들에 대한 재판부의 감경은 사회정의 실현의 걸림돌이 되고 있음.
(1) 대전고등법원 2014. 10. 6. 선고 2014노111, 2014전노12(병합) 판결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13세미만미성년자강제추행),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주거침입강간등),부착명령(병합)】 ....... 양형의 이유 (* 이하 생략 ) ........... 3. 선고형의 결정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나이 어린 피해자를 상대로 2회에 걸쳐 강제추행한 것으로 그 죄책이 무거운 점, 현재까지 별다른 피해회복조치가 이루어지지 아니한 점, 이 사건범행으로 인한 정신적 충격으로 피해자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우울병을 앓고 있는데다 학교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점, 한편 피고인이 아무런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2009년경부터 지역봉사단체의 총무로서 적극적으로 활동하여 왔던 점, 현재 66세의 고령으로 간이식 수술을 받는 등으로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점 등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주문과 같은 형을 선고한다. |
(2) 다른 유형의 범죄 판결에서도 감경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후원/기부”
- 서울고등법원 2011. 5. 20. 선고 2011노163 판결 : “항소심에 이르러 범행을 모두 인정하면서 복지단체에 대한 활발한 후원활동을 다짐하고 있는 점”
- 서울고등법원 2016. 11. 29. 선고 2016노1769 판결 : “피고인이 당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범행을 모두 인정하면서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 초범인 점, 그 동안 복지재단에 꾸준히 기부활동을 해왔던 점 등을 유리한 양형요소로 감안하고”
피고인 변호인의 성공사례 광고에 비친 성범죄자 합의, 감경 실태
- 성폭력 피의자/피고인들을 변호하고 있는 법무법인 및 개인법률사무소에서 인터넷에 변론 성공사례로 소개하고 있는 자료들을 보면 어떻게 하면 무죄, 불기소, 집행유예로 풀려날 수 있는지를 상담하고 변론해준다고 광고하고 있음.
- 최근 한 법무법인에서는 서울시내 한 지하철역내에 광고판을 걸고 "아동 성추행, 강간 범죄, 기타 성범죄 등을 예시로 들고 부당한 처벌을 무죄, 불기소, 집행유예로 이끌어준다"고 광고 해 한 시민의 문제제기로 광고판을 철거한 경우도 있음(YTN, 2-17. 4. 3일자 보도내용)
- 이처럼 성폭력 친고죄가 폐지된 이후에도 피고인/피의자들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피해자와의 합의를 시도하거나, 그러한 시도가 좌절될 경우 단체에 일방적인 후원/기부를 통해 감형을 받고자 하고 있음.
<표 1> 법률사무소에서 성공사례로 소개되고 있는 판결사례와 그 전략
법무법인 명 | 내 용 |
형사전담 A법률사무소 | - 성범죄 성공사례 총 1014건 중 “반성” keyword 포함 318건 [사례 1] 2017.07.11. 작성 죄명 :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처분 : 교육이수조건부 기소유예 참작사유 : 의뢰인의 가족관계, 성장배경, 전과 등, 의뢰인의 반성 [사례 2] 2017.08.04. 작성 죄명 : 형법상 준강제추행 처분 : 보호관찰소선도위탁조건부 기소유예 참작사유 : 피의자가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 피해자와의 합의 의사가 있는 점 |
B 법률사무소 | [사례 3] 2015.05.05. 작성 죄명: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친족관계에의한강제추행) 처분 : 징역 2년 6월, 80시간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감형) 참작사유 : 피해자의 어머니를 찾아가 ‘합의 필요성’을 설득한 결과 합의를 이룸, 의뢰인의 변소와 반성하는 태도를 담은 변론요지서 법원에 제출. [사례 4] 2015.05.01. 작성 죄명 : 형법상 강제추행 처분 : 선고유예 참작사유 : 변호인의견서 제출, 변론요지서 추가 제출, 공판기일에 직접 출석하여 의뢰인이 이 사건을 얼마나 반성하고 있는지, 사회구성원으로 복귀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는 취지의 변론. [사례 5] 2015.05.01. 작성 죄명 :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처분 : 기소유예 참작사유 : 변호인의견서 제출, 검사실에 연락하여 피의자가 비록 경찰조사 시 부인하였으나 검찰 조사단계에서 뒤늦게나마 죄를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는 취지의 변론. [사례 6]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08.12. 선고 죄명 : 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에관한법률위반(성매매알선등) 처분 : 집행유예 참작사유 : 변호인의견서 제출, 법정 변론 등을 통하여 피고인이 진심으로 자신의 죄를 반성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정직하게 땀흘려 일하면서 돈을 벌겠다는 의지와 구체적으로 요리사 직업을 통하여 사회복귀를 하겠다는 의지를 적극적으로 재판부에 전달. |
법무법인 C 성범죄전담센터 | [사례 7] 2017.07.11. 작성 죄명 :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처분 : 집행유예 참작사유 : 의뢰인의 진지한 반성 모습, 사건 발생의 우발성, 추행 정도의 경미성, 의뢰인의 나이, 전과관계, 피해자가 불특정되어 합의할 수 없는 사정. |
법무법인 D 성범죄센터 | - 성공사례 총 139건 중 “반성” keyword 포함 16건 [사례 8] 2016.07.26. 작성 죄명 :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공중밀집장소추행) 처분 : 검사 제기 항소기각 참작사유 : 피고인이 반성하고 있다는 점, 재범하지 않기 위하여 노력한 점 등 피고인의 정상관계 변론. |
E 법무법인 | [사례 9] 2016.01.22. 작성 죄명 :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주거침입, 강간등) 처분 : 집행유예 참작사유 :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 초범인 점, 강간이 미수에 그친 점,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 [사례 10] 인천지방법원 2016.07.13. 선고 죄명 : 형법상 강제추행 처분 : 선고유예 참작사유 : 범행의 태양이 경미하고,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진지하게 반성하는 바, 재범의 위험성이 크지 않다는 점, 피고인은 아무 전력 없는 초범인 점, 피고인은 가족 및 직장 등 사회적인 유대관계가 분명한 점 등. [사례 11] 처분일자 2016.12.14. 죄명 :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처분 : 교육이수조건부 기소유예 참작사유 : 성적수치심을 야기할 정도의 사진이라 볼 수 없고 피해자들 역시 특정되지 않는 점, 피의자는 한 가족의 가장으로 생계를 책임지고 있고 사회적 유대관계가 뚜렷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어 재범의 위험성도 적은 점, 피해자와 합의는 되지 않았지만 피해회복을 위해 진정성 있게 노력한 점 등. |
법무법인 F | - 주요 성공사례 중 성범죄 총 91건 중 “반성” keyword 포함 7건 [사례 12] 처분일자 2015.01.29. 죄명 : 형법상 강제추행 처분 : 기소유예 참작사유 : 의뢰인이 초범인 점, 술에 취해 절대 하지 말았어야 했던 것에 대한 깊은 반성을 하고 있다는 점. [사례 13]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2017.04.07. 선고 죄명 :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성매수등) 처분 :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성매매 방지강의 40시간 참작사유 : 미성년자 성매수를 인정하고 다시는 재범하지 않을 것을 다짐하는 반성문 등 제출, 의뢰인이 초범, 미성년자 성매수였으나 유사성행위에 그쳤을 분 성관계까지는 이르지 못한 점. |
기타 성범죄 관련 사이트 | [사례 14]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처분일자 2016.09.28. 죄명 :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처분 : 교육이수조건부 기소유예 참작사유(불기소이유) : 초범인 점, 지하철을 타다가 우발적인 성적 호기심에 본건에 이른 점, 범행도구인 휴대전화도 압수되어 피해 영상이 유출될 우려가 없는 점, 자신의 잘못을 깊이 뉘우치는 점 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