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성폭력생존자말하기대회 <                , 마이크를 잡다> 후기




생존의 목소리는                .”


 

생존의 목소리는 어디에나 있.

말하기대회를 통해 생존의 목소리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었다. , 회사, 길거리, 학교, 연습실, 화장실, 지하철, 인터넷 등 공간으로 존재할 수 있는 모든 공간에 생존의 목소리가 존재하고 있다. 생존의 목소리는 공간뿐만 아니라 모든 시간에도 존재하고 있다. 멈춰있는 시간에도 흘러가는 시간에도 존재하고 있다. 어떤 목소리는 마치 어느 해 어느 달 어느 일에 빨간색 색연필로 동그라미 표시가 된 채로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한 번도 넘겨진 적이 없는 달력 같기도 했다. 그리고 어떤 목소리는 분침과 시침이 아주 빠르게 돌아가도록 태엽을 감아놓은 시계 같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아주 느리게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목소리, 모두가 잠든 새벽에도 홀로 긴 새벽을 보내고 있는 목소리, 존재하는 시간들을 용감하게 온몸으로 살아내는 목소리 등등. 생존의 목소리는 시계바늘과 달력이 가리키는 숫자들을 초월해서 존재한다. 그래서 나는 생존의 목소리가 언제 그리고 어디에 존재하는지 누군가 묻는다면, ‘언제나 어디에나라고밖에 대답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생존의 목소리는 어디에도 없.

생존의 목소리는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다. 조직의 명예를 위해서, 가정의 유지를 위해서, 상대방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지 않기 위해서, 나만 조용히 하면 모두가 평화로울 수 있어서 생존의 목소리는 어디에도 없어야만했다. 그리고 내가 진정한 피해자인지 꽃뱀인지 끊임없이 증명하길 요구받아서, 신고를 해서 처벌까지 이루어지기에는 문턱이 너무나 높아서, 신고를 했음에도 권리를 제대로 구제받지 못해서 생존의 목소리는 어디에도 없을 수밖에없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20171124일 오후 7시의 시간을 영영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어디에도 없어야만 했고, 없을 수밖에 없었던 생존의 목소리들을 직접 만나서 교감하고 울고 웃고 분노하고 응원했던 아주 특별한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더 이상 나의 경험이 특별한 경험이 아니길 기원한다. 더 이상 생존의 목소리를 억압하거나 지울 수 없는 사회가 되길 소망한다. 자유롭게 밤하늘을 수놓으며 퍼지는 불꽃처럼 생존의 목소리가 존재하길, 누구든 그 불꽃을 보고 진심어린 박수를 보낼 수 있게 되길 간절히 희망한다.



생존의 목소리는 만 가지 표정을 갖고 있.

생존의 목소리는 무한한 표정을 갖고 있다. 어떤 목소리는 가해자를 향한 냉소를 짓기도 했고, 어떤 목소리는 감정이 벅차올라 눈물을 흘리기도 했고, 어떤 목소리는 굉장히 유쾌하고 호탕하면서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느끼게 하는 표정을 갖고 있기도 했다. 한편 말하기대회에 모인 생존의 목소리들은 서로의 삶을 나누며 다같이 화나고 분노하는 표정을 짓기도 했고, 웃기도 하고 울기도 했다. 생존의 목소리들은 모두 같은 표정을 짓기도 했지만, 생존의 목소리들이 각자 갖고 있는 표정들은 굉장히 미묘하고 섬세하게 다르기도 했다. 우리는 만 가지 표정을 갖고 모였지만, 서로의 다른 표정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고 있는 그대로 사랑했다. 나 역시 말하기대회 동안 생존의 목소리들이 갖고 있는 이 모든 감정과 표정들을 지지하고 응원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생존의 목소리는 내가 씩씩하고 당차게 생존할 수 있는 힘이 되어주었고,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소중하고 특별했기 때문이다. 20171124일 존재 자체로 소중했던 생존의 목소리들에게 로비에 붙어있던 지지의 말 포스트잇 하나를 인용하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우리 모두, “존재해서 고마워.”



<이 글은 2017 성폭력생존자말하기대회 기획단 박주미님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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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국성폭력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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