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를 향한 실천] “성폭력예방요령”=“가해행동을 하지 말 것”
지난 12월 상담소로 한 통의 메일이 왔습니다. 이 메일에는 지하철 2호선 삼성역 여자화장실에 게시된 [성폭력예방요령]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어요.
<사진 제공: 강소영님>
제보해주신 강소영님은 성폭력피해자에게 성폭력의 책임을 묻는 것과 같은 이러한 예방요령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해주셨습니다.
“그 누구라도, 성폭력이라는 가해자의 범죄행위에 대해 피해자에게 단 하나의 잘못이라도 물어서는 안 됩니다. 단 한 명이라도 ‘나에게도 잘못이 있는 것 같아.’ ‘내가 그 곳에 따라간 것이 나빠.’ 라는 말을 하는 성폭력 피해자가 존재한다면, 그런 생각을 양산하게 만든 사회는, 그리고 그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구성원은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피해자에게 책임을 묻는 본 ‘성폭력 예방요령’을 방관할 수 없습니다."
- 강소영 님의 <시정요청서> 중 발췌
이에 한국성폭력상담소는 2018년 1월 서울지방경찰청에 공문을 발송하여, 해당 게시물의 폐기와 수정·보완된 내용으로 게시할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본 상담소는 귀 청의 ‘성폭력 예방요령’이 성폭력 문제의 본질인 우리사회의 불평등한 성별 권력관계와 근절해야 할 폭력임을 간과하고 있다고 봅니다. 위 예방지침의 내용들은 가해자가 되지 않기 위한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계단을 오를 때 핸드백이나 가방으로 뒤를 가리도록 하는 것은 “짧은 치마가 성폭력을 유발한다”는 잘못된 통념에 기반 한 것입니다. 또한 지하철 내에서 성폭력 피해에 노출되었을 때, 놀라거나 당황해서 곧 바로 불쾌감을 표시하거나 큰 소리로 주위의 도움을 요청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피해자의 대응만을 강요하는 것은 부당합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예방책은 상대방의 몸과 마음을 존중하고 상대방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것입니다."
- 한국성폭력상담소 공문 내용 중 발췌
그리고 2월 21일 서울지방경찰청으로부터 기다리던 회신이 도착했습니다.
서울지방경찰청의 회신에 따르면,
강소영님과 한국성폭력상담소가 함께 문제제기한 해당 스티커는 2011년 2월에 지하철 역사 화장실 등에 부착했으나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의 주의를 당부하는 등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부합하지 않아 2015년부터 자연 훼손 시 추가 부착하지 않고 확인시 제거 중이었다고 합니다. 이번 시정요청으로 2018년 1월 26일부터 2월 19일까지 시울지하철경찰대와 서울교통공사가 합동으로 해당 스티커 제거를 위한 일제 점검을 실시하였고, 이에 남아있던 해당 스티커 46매를 전량 제거했다고 전했습니다.
사소한 것이라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유심히 살피고, 변화를 위한 목소리를 함께 내어주신 강소영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함께 노력해주신 서울지방경찰청(서울지하철경찰대와 서울교통공사)에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성폭력 없는 세상을 위해, 누구도 그 어떤 이유로도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위한 한국성폭력상담소의 힘찬 발걸음은 계속됩니다.
#성폭력책임은가해자에게돌려주자
#변화는우리가함께만들어가는것
#2540_1991 #문자후원건당3000원 #샵을_꼭_붙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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