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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후기]미투(#Me Too)운동 그 이후, 피해자가 말하다!

오늘(2018년 3월 5일 월요일) 오전 11시 서울지방변호사회관 5층 정의실에서 문화예술계 내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기자회견 <미투(#Me Too)운동 그 이후, 피해자가 말하다!>가 진행되었습니다. 


본 기자회견은 ■이윤택 성폭력 사건 피해자 16인과 ■문화예술계 내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전국성폭력상담소(128개소), 장애여성공감,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변호사회,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 한국여성의전화) ■공동변호인단 101명(강연재, 강영훈, 고승우, 곽향기, 길인영, 김건, 김기옥, 김동현, 김민아, 김보람, 김연진, 김영미, 김영옥, 김예니, 김용정, 김재희, 김정섭, 김지현, 김지후, 김태환, 김혜겸, 나지수, 노종언, 류미선, 문혜영, 박근우, 박보경, 박선영, 박선영, 박소현, 박순철, 박승기, 박영현, 박정현, 박진현, 박현화, 방지영, 백승재, 부성연, 서혜진, 설은주, 성기택, 신고운, 신민정, 신지후, 신현식, 신현정, 신현정, 신현호, 안귀옥, 안미영, 안미현, 안서연, 안지희, 양정숙, 엄다솜, 오빛나라, 오지원, 온채희, 원경주, 윤경록, 이경환, 이남주, 이동규, 이명숙, 이보람, 이소아, 이승재, 이은초, 이주경, 이지은, 이현주, 이현진, 임계완, 임유정, 장경아, 장수혁, 장윤미, 장철우, 정경욱, 정수경, 정호진, 정희경, 조현욱, 조혜인, 차미경, 차연화, 천정아, 최경진, 최수영, 최주영, 최현희, 태지영, 하희봉, 한승미, 한주현, 현지현, 홍지혜, 황다연, 황수철, 황혜란)이 공동 주최하였습니다.



사회를 맡은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이 먼저 공대위 발족 취지를 설명하며 기자회견을 시작했습니다.


지난 2월 28일 문화예술계 이윤택 연출가에 의한 성폭력 피해자 16명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가해자를 형사고소하였고, 3월 2일 문화예술계 내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가 구성되었습니다. 이 사건을 제대로 조사해서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는 것은 피해자들의 치유 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신뢰를 회복하고 정의를 실현하는 걸음이 될 것입니다. 더 이상 피해자 없는 문화예술계, 우리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본 기자회견은 개최되었습니다.


이어서 공동변호인단 서혜진 변호사가 이 사건 경과 공유를 하였습니다.



이어서 공동대책위원회 활동가, 공동변호인단, 당사자 등의 발언이 있었습니다.


먼저 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 겸 장애여성공감 대표가 주변인의 침묵 강요, 수사재판과정에서의 2차 피해, 가해자의 역고소 등 성폭력 피해자를 위축시키는 현실에 대하여 발언하였습니다.



공동변호인단 이명숙 변호사가 일반적으로 성폭력 피해는 인정받기 어렵다고 알려져 있으나, 한편으로는 법적으로 가해자를 처벌하고 손해배상 소송에 승소한 사례도 많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변호사로서 피해자를 지지하고 연대하겠다는 결의를 발언하였습니다. 



또한 발언문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이명숙 변호사는 "미투 운동이 가리키는 손가락 끝만 보고 누가 어떤 성폭력 피해를 어떻게 당했는지 그런 것에만 집중하지 말고, 왜 그것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게 되었는지 피해자가 어떻게 용기를 냈고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헤아려주시기 바랍니다"라며, 현재 언론, SNS 등을 통해 성폭력 사건이 자극적으로 소비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도 우려의 마음을 표현하였습니다.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미투 운동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성차별적인 사회 구조에 기반하여 행해지고 있는 폭력임을 강조하며, 국가와 사법부가 성폭력이라는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 미투 운동에 응답할 것을 촉구하는 발언을 하였습니다.



이산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 활동가는 미투 운동 이후 연극계 내에서 주체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자정의 움직임을 소개하는 한편, 정부와 시민단체의 적극적인 협조와 시민들의 꾸준한 관심을 요청하는 발언을 하였습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도 더 이상 성폭력을 다른 사람의 문제로 여기면서 방관하지 않고, 우리 모두가 내 문제로서 인식하며 변화를 만들어가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발언을 하였습니다.




용기 내어 당사자의 목소리를 들려준 연극인 3명의 발언도 이어졌습니다. 


연극인 김수희님은 "오늘 기자회견이 많이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예상보다 훨씬 힘들다"며 "감정이 북받쳐 더듬거리더라도 양해해달라"고 부탁하고 준비해온 원고를 천천히 읽었습니다. 피해자들이 용기를 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렇지만 용기를 내지 않아도 괜찮다는 메시지가 담긴 발언이었습니다.



연극인 이재령님은 이렇게 용기 낼 수 있도록 앞장서준 김수희님에게 감사와 애정의 마음을 전하며 발언을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피해자들이 왜 서로 소통하지 못하고 혼자 힘들어해왔는지, 왜 성폭력 피해에 대하여 말하지 못했는지 연극계의 구조적 현실을 밝히며 앞으로의 변화를 희망하는 발언이었습니다.



연극인 홍선주님도 어렵게 용기를 내게 된 심정을 고백하며 미래에는 후배들, 제자들, 자식들이 성폭력을 경험하지 않고, 설령 피해를 경험하더라도 말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이번 사건을 엄중히 처벌해달라고 발언하였습니다.




총 8명의 발언을 마치고 질의응답이 진행되었습니다. 아래는 본 상담소 트위터 계정을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한 질의응답 내용입니다. 실시간 중계의 한계 상 질문/답변의 구체적인 맥락을 충분히 담지 못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Q.처음에는 피해자가 17인이었는데 고소장 제출 당일 1명이 포기했다고 들었다. 설명해주실 수 있나. A.연락 오는 피해자 굉장히 많지만, 가해자의 협박이나 2차 피해 때문에 나서기 어려운 현실이 존재한다. 자세히 말씀드리기는 어렵다.


Q. 법적 대응 시작되지만 원하는 만큼 가해자 처벌하기 어려운 현실. 가해자가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A. 일본군성노예제 피해자들이 27년 간 요구하는 내용 있다. 잘못을 인정하고, 법적 배상하고, 책임질 것. (이 사건도)가해자가 책임을 지게 만들어야 한다.


Q. 문화예술계 가해자 이윤택 외에도 많은 상황. 다른 피해자도 지원할 예정인지?

A. 앞으로도 많은 논의를 해야 한다. 그러나 공대위 이름은 <문화예술계 내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이윤택 사건만 국한하지 않으려고 정한 이름이다.


Q. 피해자 16인 어떤 경로로, 어떻게 구심점이 생겨 모이게 되었는지?

A. 동시다발적으로 미투 운동이 시작되었다. 피해자들 각자 혼자서 힘들어하던 상황에서 미투 운동 보며 서로 놀랐다. 이윤택 기자회견한다는 소식 듣고 제대로 사과할 리가 없다고 판단하여 피해자들 간 연락이 이뤄졌다.


Q. 연극계에 성폭력을 가능하도록 했던 수직적 구조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A. 그동안 한 사람에게 너무나 많은 권력이 주어진 연극계 현실이 있었다. 문제제기 하면 불이익이 즉시 돌아오고 2차 피해 많이 일어나는 구조가 지금의 상황을 만들어온 것 같다.


Q. 폭로 이후 피해자들이 실제로 연극계 내부에서 활동하는데 부정적 말을 듣거나 2차 피해를 입고 있나

A. (피해자에게) 개인적으로도 연락 많이 온다. "너는 그러면 안 된다"는 비난도 많이 받는다. 주변에서 이력서를 넣을 때 연희단거리패 활동 경력 때문에 불이익을 받는 경우도 여럿 봤다.


질의응답 도중에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피해자들의 우는 얼굴을 향해 연이어 플래시를 터뜨리는 기자들에게 언론이 피해자를 어떤 모습으로 보도하고 있는가 일침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여성변호사회를 대표해서 온 변호사가 피해자에 대한 지지와 연대의 발언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공동변호인단 이명숙 변호사는 성폭력은 여성 문제가 아니라 남성도 함께 변화하고 반성폭력운동에 참여해야 하는 문제임을 강조하며 공동변호인단에는 함께 하는 남성 변호사도 많다고 밝혔습니다.


공동변호인단에 참여하는 남성 변호사로서 갑자기 발언을 요청받은 장철우 변호사는 "법적 처벌이 가능한가 하는 문제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이것이 우리 사회에서 용인될 수 있는 일인가 생각해야 합니다. 처벌을 해야 하고 그것도 중요하지만 (성폭력을 용인해 온) 문화를 바꿔나가는 운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라고 발언했습니다. 


연극인 이재령님은 "수직적 구조에 문제가 있고, (권력형 성폭력은) 비단 연희단거리패만의 문제는 아닙니다."라고 분명히 밝히면서, "한편으로는 연극에 대한 우리의 열정도 있었습니다. 지키고 싶었고 아름다웠던 시간도 있었음을 잊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미투 운동에 동참해준 우리 선후배가 자랑스럽습니다."라고 덧붙이며 피해자의 주체성을 강조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공동변호인단에서 향후 계획을 발표하며 기자회견을 마쳤습니다.



<이 기사는 본 상담소 성문화운동팀 활동가 앎이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