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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끌시끌 상담소

[후기] 제주 4.3 70주년 평화기행과 함께 한 ‘2018 한국여성단체연합 정책수련회’

8월 28일~30일 2박 3일 동안 한국성폭력상담소 4명의 활동가(지리산, 오매, 유랑, 연정)가 제주도에서 진행된 ‘한국여성단체연합 정책수련회’에 다녀왔습니다. 전국에서 모인 100여 명의 활동가들이 한곳에 모여 강의를 듣고, 발표와 토론을 하고, 제주 4.3 70주년 평화기행을 함께 했습니다.


첫날, 제주공항에 도착해 강의 차 미리 와있던 오매 부소장님의 안내와 배려로 맛있는 점심식사를 하고 수련회 장소인 새마을금고 연수원으로 이동했습니다.

조영주(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연구위원) 선생님의 ‘판문점 선언이후 남북여성교류와 여성운동의 역할’ 강의로 수련회가 시작되었습니다. 남북교류협력 추진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여러 조치들이 다양한 주체들에 의해 논의되고 실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반도에 성평등을 실현시키기 위한 방법의 하나인 남북여성교류를 이루어 나갈 방법에 대한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강의가 끝나고 ‘미투운동 이후 여성운동의 비전과 방향 모색’이라는 주제로 <2018년 미투운동과 한국사회>, <성폭력 ‘피해자다움의 강요와 2차 피해에 맞서기>, <대학 미투운동>, <미투경남운동본부 활동보고> 등의 발제를 들었습니다. 3시간 동안 발제를 듣고, 저녁식사를 한 후에 발제와 연결하여 ’미투운동 이후 여성운동의 비전과 방향 모색‘에 관한 본격적인 조별 토론을 했습니다. 발제 내용에 관한 소감과 이후 과제에 관한 의견을 조별로 나누고, 이를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미투운동과 ‘혜화역 시위’, 여성운동의 방향 등에 관한 다양한 의견과 고민·제안이 있었습니다. 특히, 지역 여성운동의 현실과 어려움에 관한 이야기가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지역 문화, 지역의 모든 사안에 연대를 하고도 정작 여성운동 사안에는 연대를 받지 못하는 현실, 안희정 무죄판결에 대한 지역 ‘운동권’의 냉소와 무관심 등 지역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토론을 마치고, 간단한 뒤풀이를 하며 제주에서의 첫 밤을 보냈습니다.



둘째 날은 한국여성단체연합 임시이사회와 임시총회로 시작되었고, 권귀숙 선생님의 ‘4.3과 여성’ 강의를 들으며 4.3 평화기행을 떠날 준비를 했습니다. 이 날 오후부터 해설사 선생님들의 안내로 제주 4.3 평화기행을 시작했습니다.



4.3 당시 토벌대의 총격으로 아래턱을 소실하고 평생을 힘들게 살다 돌아가신 진아영 할머니 삶터와 많은 사람들이 집단 학살되어 더 이상 사람이 살지 않는 잃어버린 마을이 된 ‘무등이왓 4.3길’, 한국전쟁 당시 경찰의 ‘예비검속’에 의한 섯알오름 양민학살터, 진지동굴이 있는 송악산, 4.3 평화공원, 가시리 4.3길 등을 이틀 동안 기행했습니다.


<진아영 할머니 삶터>


<섯알오름 양민학살터>


기행을 하면서 그동안 공식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4.3 당시 여성들이 당했던 폭력과 고통에 관한 내용들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발생했던 젠더폭력 역시 우리 사회의 가부장적인 시선과 편견으로 인해 드러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4.3 평화공원 전시관에는 아무 글자도 적혀있지 않은 4.3 백비가 있습니다. ‘봉기·항쟁·폭동·사태·사건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려온 제주 4.3이 아직까지도 올바른 역사적 이름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비석 입니다. 이 백비에 여성들이 경험한 제주 4.3 폭력과 기억, 트라우마를 어떻게 기록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됩니다.


                                        <4.3 평화공원에 전시된 백비>


소중한 시간을 마련해준 한국여성단체연합, 2박 3일 함께 한 100여 명의 활동가들, 해설사 선생님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내년에 다시 씩씩하게 만날 날을 기다리겠습니다.


<사진 출처: 한국여성단체연합> 


<이 글은 본 상담소 사무국 활동가 연정이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