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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끌시끌 상담소

[소모임 후기] 강간페가 읽는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 6, 7, 8, 9장

[후기] 한국성폭력상담소 회원소모임 강간페 

함께 읽는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 6, 7, 8, 9장



강간페는 [강간의 역사를 연구하고 공부하는 페미니스트들] 이라는 뜻의 상담소 회원소모임이어요.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한, 오매, 지은, 경주, 혜나, 선미, 검은냥이, 푸른나비, 경디 9명이예요.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 Against Our Will> 책은 1960년대 뉴욕 급진 페미니스트로 불리운 수잔브라운밀러가

1975년에 펴낸 책입니다.  20세기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책 100권(뉴욕 공립 도서관)으로도 선정되었었다고요.

목차를 보면 알 수 있지만, 저자는 인터넷도 없던 당시 도서서관 모든 서가를 찾으며,

성폭력-강간에 대한 모든 분야에서의 사료를 찾고, 사유하고, 분석하며 성폭력의 구조를 찾아나갑니다.

전쟁, 노예제, 과학, 통계, 대중심리, 법제도 속에서 성폭력이 어떻게 '정상화' 되었는지

끝없는 예시와 사료를 더듬어 가는게 무척 괴로운 일이기도 하지만,

 

그냥 괴롭다고 책을 덮어버리지 않고, 각각의 구조가 작동되는 방식, 연결고리, 균열을 냈던 액션들, 사람들을

공부해가는 게 우리 미션인 것 같아요.

그 중에 만난 사람이 5장 노예제에서 등장한 '해리엇 터브먼' 입니다.

 

해리엇 터브먼이 누구인지 알고 싶다면? https://www.youtube.com/watch?v=XmsNGrkbHm4

 

이 엄청난 분을 이제야 알게 된 것에 통탄하면서도, 이분의 삶을 서로 마구 찾으며 환호했었지요.

그 다음주에 있었던 자기방어훈련 수료식에서 검냥과 오매는 이분을 나의 표상으로 발표하기도 했고요.

 

 

 

 

상담소 후원의밤 <든든하게 함께가기>를 계기로 만든 소모임 홍보 판넬에서도 등장하셨지요. 절망의 틈새에서 희망과 연대와 넘어서기를 만나 볼텐가? 그렇다면 강간페로 오세요~!

 

 

강간페는 발제자가 아래 내용을 가지고 발제문을 준비하고요, 진행도 합니다.

- 가장 인상적이었던 문장 및 내용

- 새롭게 알게 된 것, 새롭게 하게 된 생각

- 토론해보고 싶은 내용 


그럼 6, 7, 8, 9장을 읽고 나눈 모임 발제문을 아래와 같이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2018년 8월 27일 

: 발제자 혜나 / 참여자 - 지은, 검은냥이, 푸른나비, 혜나, 경주, 경디

: 읽은 부분 - 6장. 통계로 본 강간범: 신화에서 과학으로  7장. 인종 문제

 

수전 브라운밀러. 2018[1975].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 박소영 옮김. 오월의 봄

발제문 by 혜나

 

6장. 통계로 본 강간범: 신화에서 과학으로


기억에 남는 문장 및 내용

 

통계가 제시하는 미국 강간범의 전형은 사회경제적으로 하층계급 거주로 분류되는 동네, 게토에 살 가능성이 높은 19세 정도 소년이다. … FBI(범죄총계보고) 기록을 따라가보면, 강제강간은 “무엇보다 피해자의 두려움이나 부끄러움 때문에 가장 적게 신고되는 범죄 중 하나”이며, 실제로 신고되는 경우는 5건 중 1건에서 심지어는 20건 중 1건 정도에 불과하다고 추정된다. 바로 이런 특징이 기록에 근거한 통계를 모조리 왜곡한다. 게다가 경찰과 배심원은 여성 피해자의 말-특히 흑은 여성 피해자의 말-을 신뢰하지 않는 쪽으로 치우치는 편향이 있다고 입증되었으며, … 체포되는 경우 51퍼센트뿐이며, 다시 그중에서 76퍼센트만 기소되고, 그중 47퍼센트는 무죄판결을 받거나 소송이 기각된다.(p269) … 1973년 기준 지난 5년간 다른 범죄는 45퍼센트 증가 한데 비해 강간은 65퍼센트나 증가했다.    여성운동 덕분에 강간 사실을 드러내 말할 용기를 얻은 피해자가 늘어나서 강간 신고가 증가했을 가능성이 가장 크지만 여성의 대한 적대와 폭력이 실제로 유의미하게 증가했을 수도 있음.


강간범은 어떤 사람인가?    범죄자의 61퍼센트는 25세 이하이며, 다수가 16세~24세 구간 집중, 47퍼센트가 흑인이며 51퍼센트가 백인, 다른 인종 2퍼센트. … FBI통계와 사회학 연구 결과를 보면, 전형적인 미국의 강간범은 소심함이나 성격 좌절, 지배 성향을 보이는 부인과 어머니 때문에 시달리는 괴짜 정신병자(에번 코널, 강간범의 일기)와는 거리가 멀다. … 여자에게 폭력을 행사하기로 작정한 공격적이고 적대적인 젊은이일 뿐이다.(p271)


<집단 심리학자 블랑샤르의 백인청소년집단 강간범 연구> 소녀는 남자 친구를 놓아 준다면 무엇이든 원하는 대로 하게 해주겠다고 동의했다.(p289) 키스의 강간 후 고통스러워 돈에게 대신 “수음을 해주겠다”고 애원했다. … 키스와 돈의 어머니 모두가 모두 그 사건은 순전히 “여자애 잘못”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소녀쪽에서 키스에게 “원하는 대로 하라”고 말했고, 돈에게도 “수음을 해주겠다”고 말하지 않았느냐는 항변이었다.(p291) <흑인청소년집단 강강범 연구> 집단 로르샤흐 검사를 위해 소년들을 한 곳에 모으자 “상당히 메마른” 상태였던 개인 로르샤흐 검사에서의 반응은 사라지고 생기 있는 대화가 벌어졌다.(p292) 집단 검사를 통해서 드러나는 흥미로운 양상은 리더가 집단의 존재를 통해 상당한 성적 자극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리더는 다시 그 느낌을 집단 앞에서 행위로 표현해야만, 어떤 의미에서 ‘자기 자신을 전시해야만 한다.(p295) 두 집단 모두에서 사디즘적 충동이 강화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동성애를 숨기거나 억압된 동성애를 ‘행동화’하려는 욕구 때문이 아니라 남성성을 발견하거나 증명하려는 욕구 때문이며, 이 사디즘적 충동이야 말로 여성을 강간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이다.(p296)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 휴버트 셀비 주니어, 1964> 젊은 창녀 트랄랄라 집단 강간. 단독 강간보다는 집단 강간에서 성적 모욕이 더 심하게 자행되었고, 집단 강간에서 특별히 나타나는 모욕 중 가장 흔한 형태는 반복 삽입이었다. … 삽입에 곁들이는 다른 행위들 역시 무엇이 되었든 피해자를 더 심하게 모욕하고 비하하기 위한 행위일 뿐 복잡한 성애 행위라고는 볼 수 없다. … 강간범들이 원한 것은 피해자의 신체 온전성과 사적인 내부 공간을 모욕하고 침략할 또 다른 진입로나 구멍뿐이었다.(p301)


성범죄자는 다른 범죄자들에 비해 자신이 무죄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2배나 많다. 강간은 대체로 입증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검사들도 강도죄 정도로 합의를 보았을 것이다. “강간범들은 대체로 다방면에 걸쳐 범죄를 저지르는 자들로 긴 전과 목록을 보유하고 있다. 다른 중범죄를 저지르는 와중에 강간할 기회가 생기면 기 기회를 이용하는 식이다. … 남자가 사는 아파트 창문으로 기어올라간 ‘2층’ 강도 같은 건 본 적이 없다.”(샌크엔틴 교도소장 클린턴 더피, p319)
                                                                       
새롭게 알게 된 내용 및 생각

 

강간에 대한 대중의 이해가 현실과 완전히 괴리된 원인에는 프로이트 심리학이 남긴 유산이 큰 몫을 차지한다. 1950년대에는 프로이트 친화적인 범죄학 학파가 하나 부상해서 도외시되면 범죄학 분야를 빠르게 장악했다. 그러나 이 프로이트 학파 범죄학자들조차 강간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는 것을 묘하게 꺼렸다. … 정신분석학의 주요 목표는 ‘일탈 성행위’를 이해하는 것이지 비난하는 것이 아니었다.(p272) 프로이트 학파 범죄학자들은 대체로 강간범을 본질상 ‘유아적’이며 ‘통제할 수 없는 충동’의 희생자로, 자기 어머니와 성교하려는 ‘자연적’ 충동이 좌절된 결과 생겨난 인물로 정의한다.(p273) “질병에 시달리는 희생자로서 그가 저지른 행위에 희생된 사람보다 더 고통받는다”(카프먼, p274). “성적으로 잘 적응한 청년들이 어느 날 밤 연속으로 절도를 하다가 한 집에서 강간을 저질렀는데, 이는 다른 약탈 행위와 다를 것 없는 행위였다.” … 그는 그들이 얼마나 자주 자위행위를 해서 이부자리를 적셨는지에 대해 음울하게 기록하면서도, 정작 그들이 여자를 어떻게 생각했는지는 기록하지 않았다.(구트마허, P274) 연구 결과 성범죄자의 아내는 겉보기에 고분고분하고 마조히스트식으로 남자를 대하는 듯 보이지만, 실은 은근히 자기의 여성성을 부인하면서 공격적이고 남성적인 성향을 드러낸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들은 무의식적으로 성적 공격을 유도하고는 냉랭하게 거부한다.(에이브러햄슨, 로르샤흐 연구, p275) 1960년대에 들어서 범죄학 분야의 주도권은 사회학자들에게 넘어감. … 전형적인 강간범은 대체로 특별한 점이 없는 가운데 폭력 성향을 지닌 부류인 것으로 밝혀졌다.(아미르, 1971년, p277) … 좌절과 방향 잃은 분노로 가득한 하위문화는 폭력에 기대기가 쉽다.(볼프강)


집단강간은 라이오넬 타이거가 유행시킨 표현으로 ‘남성연대’의 증거이며, 익명의 집단 공격 절차를 통해 강간 행위 자체에 대한 욕망과 별개로 피해자를 모욕하고 싶어하는 욕망이 존재한다는 증거이기도 한다. … 집단 강간 행동은 여성 피해자를 익명의 대문자 여성으로 만들고, 그 여성을 적대하는 남성들 사이에 동맹을 만들어낸다.(p287)


<보스턴 교살자 드살보 사례> 드살보는 ‘측정남(모델 에이전시 대표를 사칭)’으로 발각되어 붙잡혔는데, 죄명 ‘무단칩입’, 11개월 후 풀려나서 보스턴 교살을 시작했지만 성범죄 전과를 알리는 어떤 전산화된 목록에도 들어있지 않음. ‘녹색남(집수리)’으로 살인강간. 드살보의 자백이 계속해서 의심을 산 이유는 교살자의 정신의학적 프로필과 맞아떨어지지 않았다는 이유였음. 드살보의 분노는 정신의학 분석의 어머니의 대한 분노가 아닌 술주정뱅이에 자식과 부인을 구타하고 자식들 앞에서 창녀와 성행위를 하는 아버지에 대한 분노였음. 물리적으로 저항할 능력이 떨어지는 늙은 여성을 골라 ‘쓰러뜨리는’ 일부터 시작해 점차 자신감을 얻으면서 더 젊은 여성에게 힘들 시험했다고 보는 편이 훨씬 논리적.

 

토론해 보고 싶은 것

 

성폭력 가해자는 어떤 사람일 것이라고 가지는 환상은 무엇인지..
성폭력 신고율은 얼마나 늘었다고 느끼는지.. 신고를 못 하는 피해자는 어떤 이유에서라고 생각하는지..

 

7장. 인종 문제


기억에 남는 문장 및 내용

 

강간은 정치 범죄다: 흑인 남성이 백인 여성을 강간한 협의로 기소되는 사건만큼이나 미국의 정치적 분열증을 확실하게 폭발시키는 기폭제가 되는 사건은 없다. 대중의 상상은 폭주하고 그 와중에 무엇이 사실인지는 전혀 상관없게 된다. … 일부 대중은 유죄라고 소리치고, 다른 쪽은 똑같이 확신에 차서 무죄라고, 조작된 사건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p322) 압세커(미국 공산주의 역사학자)와 공산당은 강간이 그 자체로 지배를 공고히 하는 정치 행위라는 것을 이해했지만, 피해자가 흑인이고 가해자가 백인일 때만 그렇게 생각했다. 백인이 백인에게 저지르는 강간은 그저 ‘범죄일 뿐으로, 흑인 대 흑인 강간은 무시되었다.(p323)


노예제 남부의 강간 콤플렉스: 노예를 남부에서 비인간화된 흑인 군단의 반란과 강간은 백인 남성의 고전적인 악몽이다. 백인 여성은 채찍질 못지않은 강제력이 있는 사회적 관습을 통해 순결성을 강요받았고, 이 순결성은 노예 소유 체제 그 자체만큼이나 백인 남성의 남성다움을 보장해 주는 결정적인 기준이었다.(p332) 노예해방 전까지 80년 동안 버지니아주에서 선고받은 노예의 기록에서, 강간 피해자 중 두명은 물라토 자유민 여성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백인이었다.(p334) 흑인 여성 노예의 성적 온전성을 매일같이 침해하는 바로 그 백인 주인이, 백인 여성의 정조에는 높은 가치를 부여해 성적 접근권을 독점한다. 백인 여성의 정조가 중시되는 것은 결혼 관계에서 태어난 아이가 정말로 적법한 상속자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흑인 여성에게 법으로 보장되는 결혼이나 정조를 애초에 부정함으로써 노예 소유자가 노예의 모든 아이에 대해 소유권을 획득하는 것과 대비된다. 백인 남성들은 노예 소유자든 아니든 백인 여성을 동등한 존재가 아이나 자신이 소유한 영토의 일부로 취급했다. 백인 여성은 투표할 수 없었고, 공직을 차지할 수도, 배심원이 될 수도 없었다. 또한 고등교육을 받을 수도 없었고, 결혼 후에는 자기 앞으로 땅이나 노예, 돈을 소유할 수도 없었다.(p337) 캐시는 <남부의 정신(1941)>에서 재건 기간 동안 남부에 만연했던 어떤 심리상태를 ‘강간 콤플렉스’라고 명명한 후 그에 대한 정의하려고 애썼다. “남부인들은 흑인 쪽에서 어떤 종류의 권리를 행사하든 그것이 사실상 남부 여성을 공격하는 일이 된다고 느꼈다, 그들의 관점에서 ‘재건’이란 여성이 강간이나 다름없는 굴욕적인 상태까지 가게 만드는 지름길이나 다름없었다.(p341)


린치와 강간: 1931년, 여성에게 참정권이 부여된 지 11년이 되던 해였으나, 이때 남부는 끝까지 격렬하게 저항하고 있었다. 바로 이 시기에 애들랜타에서 온 제시 대니얼 에임스라는 이름의 백인 교인은 백인 여성의 정조(?)를 지키기 위해 집단행동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요지로 하는 린치법 선동에 대항해 ‘린치 방지를 위한 남부 여성협회’를 조직했다. “우리는 린치가 변명의 여지가 없는 범죄라고 선언한다.”(p344)

 

새롭게 알게 된 내용 및 생각

 

‘숌버그 흑인문화 연구센터’에서 노예제 강간을 위해 자료를 조사 할 때, 사서는 강간을 주제로 한 파일은 못 찾을 것이고 흑인 남성이 당한 린치에 대해 물어보라고 함. “흑인에게 강간이란 흑인 남성에게 린치를 가하는 것을 의미합니다.”(p326) 작가는 뉴욕 정신 분석학 연구소 A.A 브릴 컬렉션이 심각하게 남성 중심적으로 편향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을 때보다 숌버그 센터의 남성 편향을 발견한 일에 더 괴로웠다.


1945년에서 1965년 사이 남부의 11개 주에서 발생한3,000건의 강간 유죄판결에 대한 비교 연구에서, 흑인이 백인을 강간한 경우 다른 경우 보다 사형당할 가능성이 18배나 높았다.(p330) 흑인은 백인 여성을 강간한 경우에 가장 강력한 처벌을 받았고 흑은 여성을 강간한 경우에 가장 약한 처벌을 받았다. 재판까지 간 사건 수는 흑인남성이 흑인 여성을 강간한 경우가 흑인 남성이 백인 여성을 강간한 경우보다 13.6배 높게 나타남.(볼피모어 강간 사건 유죄판결 패턴, 1962~1966, p331)


남부의 노예 소유자들은 초기 영국법의 보복 개연을 상기하며 법규에 거세형을 포함시켰다. … 여성들이 충실치 못한 연인이나 경쟁자의 존재에 낙심해 그런 처벌을 복수의 도구로 사용하고 싶은 유혹을 느낄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토머스 제퍼슨, p335) 그러나 거세형은 자주 실행되지 않았고 남부 노예제의 대부분의 기간 동안 인종 간 강간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노예에게 돌아간 처벌은 대체로 법에 명시된 사형이었다. 물라토 아이를 낳은 백인 여성은 법원에 벌금을 명령받거나, 31세가 될 때까지 계약에 의해 노예 상태가 되며 그녀 자신은 5년 이상을 하인으로 지내야 했다. 이렇게 편파적으로 인종 간 관계를 방해하는 경향이 남부에서만 나타난 것은 아니다.(p337) 펜실베이니아 법정에서는 물라토 ‘사생아’를 낳은 어떤 백인 여성의 ‘발거벗은 등에’ 스물한 번 채찍질을 받도록 명령한 기록도 있다. 강간 피해자인 백인 여성에게 정숙하기 못하다는 평판이 있는 경우, 강간에 대한 집단적인 분노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물라토 아이들을 기르며 아무런 지원도 없는 상황에서 흑인 자유민 가족과 동등한 사회적 환경에서 생활하고 흑인들과 자유롭게 어울린 어머니 밑에서 자란 딸 패치 후커가 노예에게 강간 당한 사건에서 배심원은 그녀를 매춘부라고 표현함.(p338) 평판이 좋지 않은 특정 계층의 백인 여성이 강간 당하면, 강간범이 흑인일 때조차 그 강간은 경미한 범죄가 된다. 백인남성의 눈에 그런 여성들은 범죄를 당하기 전부터 이미 하자가 있는 물건일 뿐이고, 좋은 노예나 일꾼을 잃는 만큼의 가치도 없는 것이다.(p340)


공산당의 남성 지도자들은 재산법이 지닌 여러 부당한 명을 단도직입적으로 폭로하고 그에 도전하면서도 여성을 의심하는 논리만큼은 문제 삼지 않았다. … 공산당은 그토록 평등을 이야기하면서도, 남성우월주의란 사회주의가 성취되고 나면 없어질 노동자들의 유감스러운 ‘태도’에 불과하다는 사고방식을 고수했다.(p350) 프로이트에게 배운 제자, 헬렌 도이치는 남부 여성 몇 명을 분석한 후 이 여성들이 “흑인 남성에게 뚜렷한 성적 유혹을 느꼈으며, 이와 결부된 마조히즘적 환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도히치는 백인 여성을 도매금으로 묶어 고발했다. “자신이 흑인에게 추행당하고 강간당했다고 주장하는 백인 여성의 히스테리적이며 마조히즘적인 환상과 거짓말을 백인 남성이 그토록 쉽게 믿는다는 사실은, 그들이 여성의 무의식 소망 내지 여성의 선언이 드러내는 정신적 현실을 감지하고는 마치 그것들이 현실이기라도 한 듯이 감정적으로 반응한다는 사실과 관련된다. 그리고 사회적 상황은 그들이 그 감정을 흑인에게 발산하는 것을 용인한다.(p352)


스코츠버러 사건: 대공항 시기인 1931년에 발생한 사건. 두 여자(베이츠, 프라이스), 소위 ‘가난한 백인 쓰레기’로 불리며 헌츠빌 목공소 노동자로 일하던 두 여자가 해고당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앞뒤 가릴 처지가 아닌 상황에서 매춘으로 소득을 충당해오다가, 가볍게 모험 겸 채터누가로 가는 화물열차에 올라탔다. 백인소년과 흑인소년들 사이 싸움이 났고 싸움에서 지고 열차에서 쫓겨난 스코츠버러 백인소년들이 이 두 여자가 흑인소년들에게 강간을 당했다고 거짓으로 신고한 사건임. 마지막 피고인이 풀려나기까지 20년이 걸림. 베이츠와 프라이스는 부랑죄와 매춘 중 적어도 하나로는 기소될 수 있다는 말을 계속 들으면서 감옥에 갇힌 상태로 검사 측을 위해 증언함.    스코츠버러 사건을 특정 계층 여성의 허위 고발하는 성향 탓으로 돌렸다. 모든 악의 뿌리를 도맡아왔다는 어두운 미덕을 지닌 백인 여성에게 문제의 원인을 돌리면 모든 것이 깔끔하게 정리되고, 백인 남성들은 깨끗이 면죄받은 몸이 되니 얼마나 손쉬운 해법인가.

 

윌리 맥기 사건(1945): 윌리 맥기는 주유소 직원이자 트럭운전사인 흑인임. 백인 호킨스 부인(월라머타 호킨스)이 아픈 아이와 함께 잠들어 있을 때, 침입하여 강간을 했다는 혐의를 받음. 부인의 남편은 옆방에서 자고 있었음. 맥기 측은 둘이 비밀스러운 정사를 나누던 사이였다고 주장하고 맥기는 정리하려고 했으나 호킨스 부인이 원해 계속적 만남을 지속했고 남편이 알게 되어 거짓 신고를 했다고 주장함. 맥기는 침묵함.    월라머라 호킨스는 자신이 강간당했지만 가해자를 알아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를 빌미로 좌파들은 그녀가 성욕이 지나치고 복수심에 불타는 백인 마녀라며 지면을 통해 비방하고 괴롭혔다. 윌리 맥기는 끝까지 침묵했다. 그는 금지된 장벽을 넘어 백인 남자의 재산권을 침해한 이유로 그에게 닥친 운명을 철학적으로 수용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그런 새산 침해가 강간과 똑같은 무게를 지는다고 여기고 체념했을지도 모른다.

 

에멧 틸 사건(1955): 어린 흑인소년 에멧 틸이 백인 여성에게 ‘늑대 휘파람을’ 불었다는 이유로 살해당한 사건. 에멧 틸을 살해한 두명의 백인 남자는 무죄판결 받음.


정치적 보복으로서 강간: 흑인 급진운동 단체 지도자인고 강간범인 클레버(1935~1998)는 범죄율이 높은 환경에서 작업했기 때문에 흑인 여성을 강간해도 붙잡히지 않았다고 암시하면서 문장을 이렇게 마무리한다. “그리고 충분히 숙달되었다는 느낌이 왔을 때, 나는 선로를 넘어 백인 먹잇감을 찾으러 나섰다.” 그리고는 비범한 강간 이론을 펼친다. 강간은 반란 행위였다. 내가 백인 남성의 법을, 그의 가치 체계를 거역하고 짓밟는다는 것이, 그리고 그의 여성을 모욕한다는 지점이 나에게는 가장 만족스러웠다. 백인 남성이 흑인 여성을 어떤 식으로 이용해왔는지, 그 역사적 사실이 대단히 분했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복수하는 중이라고 느낀다.(p386) 오늘날의 백인 급진주의 남성들은 이런 정치적 교훈을 너무나 잘 이해한 나머지, 강간이 반란을 통해 얻는 자신의 권리라고 느끼는 흑인 남성에게 문제 제기하는 일을 반동적이라고 여긴다. 여성운동이 처음 강간을 페미니스트 주제로 논의하기 시작했을 때, 아직 남성 좌파와 동일시하고 있던 부류의 여성들은 몰이해와 적대로 반응했다. 그러나 인종주의자의 손에 놀아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혹은 사회의 희생양이라는 이유로 범죄자에게 무분별하게 공감할 때 그들의 정서적 반응은 다시 한번 인종 간 구도에 갇히는 셈이 된다. 보스턴과 워싱턴의 젊은 백인 강간 피해자 13명을 대상으로 한 무척 흥미로운 연구가 있다. 피해자들은 “동시대 사회에서 ‘뭔가 현실적인 일’을 해보고자 하는 신념을 실천하기 위해 저소득 지역으로 이주했고”, 강간범을 고소하거나 범죄를 신고하는 일조차 꺼린 것으로 드러났다. 자신이 겪은 강간이 “백인에 대한 흑인의 사회적 투쟁, 또는 부자에 대한 빈자의 투쟁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정치적 신념이 이런 태도에 어느 정도 기여했다.(p389,p390) 여성이 남성에게, 특히 무리를 이룬 남성에게 강간당해온 이유는 흑인이 백인 무리에게 린치당했던 이유와 거의 똑같다. 거만하게 굴었다는 이유로, 제멋대로 굴었다는 이유로, ‘자기 자리’을 알지 못한다는 이유로, 성적 자유를 가진 듯 굴었다는 이유로, 가지 말아야 할 길을 밤에 걸어다녀서 집단이 혐오와 분노는 쏟을 손쉬운 사냥감이 되는 지나치게 도발적인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집단 처벌로서 강간과 린치를 당해 온 것이다. 린치에 동반되는 거세는 질에 막대기를 쑤셔넣거나 신체의 성적인 부위를 제거하는 행위와 같은 강간 시 동반되는 과시적인 모독 행위와 짝을 이룬다. … 인종차별과 성차별의 교차로는 폭력이 난무하는 험악한 지대일 수밖에 없다.(p392)

 

토론해 보고 싶은 것

 

미국에서 흑인 남성의 흑인 여성 강간이 무시되듯, 한국에서 무시당하는 강간이나 성폭력 사건은 어떤 것이 있는지   

 

 

2018년 9월 17일 

: 발제자 경주 / 참여자 - 지은, 푸른나비, 혜나, 경주, 경디

: 읽은 부분 - 8장. 권력과 성폭력 9.

 

발제문 by 경주

 

8장 권력과 성폭력

 

intro-
데이트 강간을 비롯해 사건 전부터 피해자와 관계가 있던 남성이 저지른 강간에서도 강압적 권위는 피해자가 단호히 저항하기 힘들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사회적 통념상 데이트에서 여성에게 기대되는 행위를 해야 한다는 압력이 피해자에게 일종의 ‘권위’로 작용하는 것이다. (...) 공손하고 여성스럽게 행동할 것을 요구하는 관습적 제약과 사회적 예의범절 때문에 피해자는 우아하게 참거나 가능한 한 요령껏 빠져나가야만 한다는 압력을 받게 되며, 피해자가 정면으로 맞서면 행동규범의 선을 넘은 것이 된다. “그녀가 나중에 마음을 바꿨다”는 식으로 말하곤 하는데 피해자가 사건 발생 후에만 자기 통제력을 되찾아 강간당한 현실과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을 전혀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395) 여기서는 압도적인 권위가 작용했거나 제도화된, 확실하게 객관적인 조건에서 발생한 사건을 다룬다.(396)
감옥 강간: 동성 간 경험

 

1) 감옥 강간의 구식관점에서 현대적 관점의 변화: 감옥에서 발생하는 동성애적 ‘학대’는 몇몇 간수가 보이는 비정상적 잔혹성의 징후이거나 동성애자임을 자인한 죄수가 감옥에 퍼뜨리는 ‘전염병’으로 여김으로써 은폐되고 오도되어왔다. (...) 오늘날 감옥 강간은 모두가 남성인 권위주의적 환경에서 권력차에 따라 나뉜 역할을 행동화하는 것으로, 보통 초범인 어리고 약한 수감자가 바깥세상에서 여성에게 부과된 역할을 수행하도록 강요당한다. 여기에는 사악한 아이러니가 있다. 감옥 강간의 대상으로 선호되는 두 가지 범주가 있는데, i) 동성애자라고 자인한 젊은이: ‘여성스러운’ 태도와 낮은 지위로 인해 가장 잔인한 감옥 유간의 희생자가 되는데 요즘 감옥 당국은 동성애자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그들을 격리한다. ii) 성적지향과 상관없이 싸울 수 없거나 싸우고 싶지 않아 하는 여위고 예민한 젊은 남자. (397) → 강간이 남성과 여성이라는 성별의 문제가 아닌 권력의 문제라는 점을 보여줌.


2) 감옥에서 작동하는 위계적인 성적 규약: 스코츠버러 사건의 주요 피고인 패터슨은 감옥 농장에 도착했을 때 선택지가 둘뿐인 상황에 직면했다. 나이 많은 남자들에게 굴복하고 ‘갤보이(gal-boy)', 즉 감옥 여자가 되든가, ‘늑대’가 되어 자신의 신체 온전성을 지키든가 둘 중 하나였다. 포식자 아니면 먹이가 되어야 하는 틀에서..중립지대란 없었다. 패터슨은 감옥 당국이 강간을 용인했을 뿐 아니라 부추겼다고 믿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남자들을 통제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그들이 악마라고 부른 거친자들이 갤보이를 가지면 조용히 있을 거라고 믿었다. 좋은 일꾼이 되어 간수나 죄수들을 죽이지도 않고 탈옥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 갤보이로 삼을 재목으로 가장 인기 있는 부류는 연약한 10대였다. “죄수와 관리인 모두가 그의 편이 아니었고, 그는 빠르게 여자로 가공되었다.” 여자 만들기 공정은 체계적이고 잔혹했다.(400) → 감옥생활의 생존수단으로서 양극단의 선택지 놓이는 피해자들. 그리고 감옥의 간수들이 ‘감시자’의 역할보다는 ‘공모자’로써 자기 편의를 위해 강간을 용인, 은폐, 공모함으로써 강간이 가능한 구조에 기여. 


3) 감옥에서의 동성 간 강간은 이성 간 강간 경험의 축소판: 간수들은 피해자가 가족과 친구에게 자신이 어떤 모욕을 당했는지 알리고 싶지 않을 것이라는 논리를 이용해 재소자들이 강간 사실을 신고하지 않도록 압력을 가한다는 사실. “한 젊은 남성은 한 번 강당한 후 수감 기간 내내 희생자로 낙인찍혔다. 이 낙은 시설을 옮겨도 그를 따라다녔다. 이런 젊은이들 다수가 수치심과 증오를 가득 품고 자신이 속했던 사회로 돌아간다.”(408) (...) 여성이 없는 닫힌 사회인 감옥에서 강간범은 평균적으로 피해자보다 3세 정도 더 나이가 많았고, 2.5센티미터 가량 키가 컸으며, 6.8킬로그램이 더 나갔다. 감옥에서 강간을 당하는 남성들은 나이에 비해 어려 보이며, 근육이 많지 않은 체형에 가해자들보다 확실히 외모가 준수했다. 대부분 자동차 도둑이나 무단이탈, 가석방 위반 같은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었다.(409) (...) 감옥 강간이 육체적 승리를 통해 남성성을 정의하는 폭력적인 하위문화의 산물이며 ‘여자’가 된 이들은 실제 폭력이나 협박에 굴복당한 이들임. (...) 육체적, 성적 폭력을 통해 자신의 지배력을 증명하고, 놀랍게도 감옥이라는 남성 폭력이 마주한 최고의 시련의 장에서조차 강자가 약자 위에 서는 강압적 위계 서열 체제를 구축하고자 하는 어떤 남성들의 욕구를 알아야 감옥의 강간 이데올로기를 이해할 수 있다.(411)  


경찰 강간


1) 경찰 강간 특유의 범행 방식-총과 배지로 재량권과 체포할 수 있는 권력을 공인받은 남성들이 ‘공무 수행’이라는 미명으로 근무 중에 권력을 남용하는 방식. 경찰들은 순찰을 도는 과정에서 여성들을 차에 태워 인적이 없는 거리로 데려가서 강간하는 경우가 대표적(414), 경찰의 잔혹 행위나 직권남용, 부패가 주기적으로 폭로되곤 하지만 경찰조직의 형제애적 결속과 강간고발은 기록되어 수면에 떠오른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다. 경찰 강간은 경찰도 다른 이들과 똑같이 인간일 뿐이라는 증거이며, 그릇된 믿음이 이따금 행동으로 표출되는 것은 지극히 인간적인 결함이라는 식으로 말하는데 그렇지 않다. 경찰 강간이 야기하는 공포는 매우 특수한 것으로, 경찰 강간은 권력의 남용을 통제하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 저지를 권력 남용이기 때문이다. 사회가 법의 권위를 대행하도록 택한 인물이 그가 보호해야할 사람들에게 범죄 행위를 저지른다면 대체 누구에게 정의를 호소할 수 있는가.(415)    


 

2) 권위 남용의 비슷한 사례들: 성적 치료를 은밀히 적용하는 치료사, 환자가 제지하지 못하리라 여기고 평범한 검진을 신체 접근으로 돌변하는 의사, 스타가 되고자 하는 신인의 야심을 먹이 삼는 프로듀서, 학문의 장에서 학생의 이해관계를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비틀어 악용하는 교수 등. 이런 경우 가해자가 육체적 힘을 사용하거나 협박조차 하지 않고도 성적 목적을 이루곤 한다. 남자들은 이런 사례를 유혹이라고 부르지만 권위를 가진 인물이 제안한 성관계는 합의에 의한 관계 혹은 ‘동등한’ 관계라고 보기 매우 어렵다. 강압은 경제적, 정서적 강압도 포함되며, 사건 발생 시 피해자로 하여금 저항하기 두려워하게 만들 뿐 아니라 사건 후에도 피해자가 다른 이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게 만든다는 특징이 있다.(417) → 권력형 강간의 대표적인 사례로 ‘안희정사건’은 피해자가 오히려 ‘잘못’한 사람이 되어버리는 전형적인 구도를 엿볼 수 있음. 권력형 강간은 은밀하고 교묘한 방식으로 행해지기 때문에 ‘인지’하거나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   


아동 성 학대


1) 아동 성범죄의 비가시화: 극도로 폭력적이고 충격적인 소수의 사건을 제외하면 아동 성범죄는 거의 알려지지 않는 것이 여전한 현실이다. 대부분 범죄는 밖으로 드러나지 않고, 밖으로 드러난다 해도 대부분은 무시되거나 신고되지 않는다. 신고된다고 해도 많은 비중은 증거 부족으로 기각되며, 증거가 성립될 때조차 피해자와 가족에게 쏟아지는 압박과 치욕으로 인해 소송이 취하되는 경우가 다수이다.(426)


2) 성 범죄 피해 아동의 증상들: 3분의 2가 어떤 형태로든 식별 가능한 정서장애를 겪고, 14퍼센트는 심각하게 불안정해짐. 아이들이 보이는 가장 흔한 반응은 깊은 죄책감을 짊어지고 (“가족들에게 문제를 일으켰다”), 수치스러워하며 자기존중감을 상실하는 것이다. 정서적 손상은 또한 학교나 집에서 갈등을 일으키거나 반항적으로 행동하는 형태로 나타나거나, 무단결석과 수업에 집중할 수 없는 상태로 나타나기도 했다. 어떤 아이들은 자신이 당한 범죄를 흉내 내 보이기도 했다.(429) → 피해 아동의 자아와 삶이 산산조각 나는 악의 고리.

 
3) 아동 성 범죄자들의 특징: 중간계급이나 상층계급의 가족은 내부 문제를 신고하지 않기 때문에 빈곤층 쪽으로 치우져 있지만, 아동 성 학대는 사실상 모든 계급과 경제적 계층에 걸쳐 일어난다는 점. 어린아이를 성추행하기 위해서는 그렇게 많은 힘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나이 많은 남성의 비율이 높음. 모든 성인 강간의 43퍼센트가 짝패나 패거리에 의해 실행되는 반면 아동에 대한 학대 중 오직 10퍼센트만이 한 명 이상의 가해자가 연루된 경우이고 패거리를 이룬 경우는 거의 없다는 점.(431)


4) 가족 간에 발생하는 아동 성 학대를 은폐하고 실제 발생률과 함의를 있는 그대로 평가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성스럽지 못한 침묵은 어디에서 유래하는가. 성적 사유재산에 관한 가부장제 철학에 근원을 두고 있는데 여성이 남성의 가장 원형적인 육체적 재산이라면, 아이들은 남성이 통째로 소유한 부속 재산이기 때문이다.(432) → 여성과 아동의 신체를 재산으로 인식한 결과, 이런 행위와 침묵을 정당화하는 것이라는 설명방식은 충분한가.


9장 강간 영웅 신화


여성 통제 수단으로서 강간


1) 원시사회에서 강간의 역할: 다루기 힘든 아내를 복종하게 만들기 위해 공동 강간을 이용하는 경우,(438) 주어진 성 역할에서 벗어난 마을 여성에게 윤간이 집행되는 경우, 성적 위반을 넘어 남성의 권위를 무시하는 경우 “우리는 우리 여자들을 바나나로 길들이지.”(440) → 강간이 남자다움을 표현하는 수단이면서 여성을 재산으로 간주한다는 것을 드러내는 신호이자, 여성이 선을 지키도록 사회적으로 통제하는 기제로서 이용된다는 것을 보여준다.(444)

 

2) 시대적, 민족적, 특수성을 초월한 일상의 강간: 집단 폭력의 방식으로 여성에게 적용되는 남성연대는 최근 새롭게 나타난 현상이 아니며, 특정 민족의 전통에만 존재하는 현상도, 역사적으로 전시 상황이나 하층계급 폭도에게만 한정되는 현상도 아니다. → 강간이라는 폭력은 여성의 신체를 제압하는 가장 손쉬운 원시적인 방식
강간을 남자다운 행동으로 찬양하기


영웅적 강간의 미화: 13세기 몽골 대정복을 이끌었던 칭기즈칸은 “남자의 인생에서 최고의 업적은 적을 무찔러 내 앞에 끌어낸 후, 그들이 가진 모든 것을 빼앗는 것이다. 그들을 사랑했던 이들이 흐느끼는 소리를 들으며, 그의 무릎 사이에 있던 말을 빼앗고, 그의 여자 중 가장 탐나는 이를 품에 넣는 것이다.” 여성은 적이 소유했던 말과 다를 것 없는 전사의 전리품이라는 단언. 남자다움, 성취, 정복과 강간의 직접적인 연결 관계를 표현.


연쇄살인범 신화


사회가 용인할 수 있는 환상 내에서 작동하는 강간: 이성애 세계 내에서 오직 피해자가 여성이고 가해자가 남성인 경우에만 성폭력을 이데올로기의 수준으로 승격시켰다. 오랜 판매 경험을 토대로 조성된 전통에 따라 이성애 취향에 맞춰 제작된 평범한 포르노그래피는 커다란 금기를 갖고 있는데, 바로 남자가 남자에게 ‘그것을 하는’ 장면이다.(452) 평범한 책, 영화, 노래에서도 여성을 짓밟는 폭력을 묘사하고 폭력을 저지르는 남성을 찬미하는 작품들의 인기와 대중성은 남성들의 환상을 잘 보여준다. 여성에게는 ‘공포’이지만, 남성에게는 ‘영웅’이라는 신화가 작동한다.(453)


대중문화의 강간 미화


남성이 자기 부인과 딸, 여자친구, 여자형제, 어머니가 당한 성폭력을 남성 자신의 트라우마적 상처로 전유하는 일은 꽤 흔하다. 이때 남성은 강간당한 여성이 겪는 정서적 고통을 깎아내리려 들기 마련인데, 이것이야말로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465) 성적 정복과 무법 행위는 남성성을 표현하는 결정적인 방식으로, 강간 영웅 신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정작 여성에게는 하찮은 역할만 부여된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466) 영화 제작자는 대중이 보고 싶어하는 것을 제공할 뿐이라는 이야기는 결코 답이 될 수 없다. 남성인 영화 제작자들은 세계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에 관해 남성으로서 그들 고유의 생각을 대중에게 전한다. 대중의 사고방식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그 사고방식을 형성하고 영속화한다.(473) → 강간을 대중문화의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상품화함으로써 왜곡된 성 문화에 기여한 남성지배의 한 축을 잘 보여준다.


강간 신화의 말로: 농담처럼 무마하기


영웅주의 신화의 해체(?): 남성들이 정의해온 영웅주의의 개념 자체가 오늘날 재평가를 거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빛나는 갑옷을 걸친 중세 기사는 이제 녹슬어 덜커덕거린다. 헬스 에인절스 같은 무뢰한들은 대체로 한물간 하찮은 불량배로 여겨지며 실제로 그렇다. 미래의 남성은 여성에 대한 공격성이나 여성을 보호하는 힘으로 자신의 남성성을 정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현재 그들은 자신이 취해야 할 적절한 입장이 무엇인지 상당히 혼란스러워하고 있다.(474)

 


토론하고 싶은 것

 

1. 강간범에 대해 “자신을 제어할 수 없는 불행한 인물이 저지르는 일탈행위”(419)로 규정하고 설명해 왔던 방식이 오히려 우리사회의 성범죄를 은폐하고 축소해 온 것이 아닐까. 성범죄자에 대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적 해석에 대한 비판과 일탈로 규정해버리는 설명을 전복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2. 저자는 남성들의 강간 신화에 내재된 영웅주의 신화의 해체에 대해 암시하며 미래의 남성성에 대한 새로운 ‘상’을 꿈꾼다. 최근 페미니즘에 대한 20대들의 관심과 고정된 성 역할에 문제를 제기하는 젊은 세대들의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미래의 남성성과 여성성은 어떻게 변화될까. 

 

다음 모임은 10월 8월 월요일 저녁 7시
읽어올 곳은 : 10장 여성이 강간을 원한다고? / 11장 강간 말하기

 

입니다. 다음 모임에서 만나요~ 함께 하실 분은 [이름/닉네임, 연락처, 신청이유] 를 ksvrc@sisters.or.kr 로 보내주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