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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회원소모임 '내가반한언니' 3월 모임 : 2021년의 첫 문장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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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회원소모임 '내가반한언니' 3월 모임 : 2021년의 첫 문장들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성폭력상담소 2021. 3. 23. 13:34

회원소모임 <내가반한언니>

'내가반한언니'는 상담소 회원 소모임입니다. (하지만 회원이 아니어도 활동하실 수 있어요!)
페미니즘 관점으로 영화, 연극, 책 등의 콘텐츠를 함께 보고 이야기 나눕니다. 
올해는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하여 온라인으로 만나되 상황에 따라 오프라인 모임을 병행하고자 합니다.

모임 일정

월 1회, 매월 두 번째 화요일 저녁 7시반

 

가입 방법

이메일 f.culture@sisters.or.kr 로 성함, 연락처, 가입 동기 를 적어서 보내주시면, 담당자가 확인 후 연락드립니다. 

소소하고 사소한 문의도 ok!!

 

한국성폭력상담소 회원소모임 내가 반한 언니들은 페미니즘의 시선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감상하는 페미니즘 콘텐츠 비평 소모임’…이라고 공식 설명에는 나와있습니다. , 틀린 말은 아닙니다. 대부분 영화를 때로는 연극도 보고 소감을 나누니까요. 그러나 꼭 늘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이야기가 최근의 페미니즘 이슈에 들렀다가 뜬금없이 각자의 사는 이야기로 샜다가 그렇게 흘러흘러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오기도 하거든요. 각잡고 콘텐츠 비평은 하는 느낌은 아니라는 거죠.

 

2021년의 첫모임은 특히 그랬습니다. 이 날은 영화나 연극 같은 콘텐츠를 하나 정해서 함께 보는 방식이 아니라 함께 나누고 싶은 문장을 읽고 나누는 시간으로 보냈어요. 책 구절부터 노래 가사까지 다양한 문장이 나왔답니다. 그 문장을 고른 자신만의 이유나 해당 이슈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면서 아기자기하고 다정한 자리가 되었어요.

 

그럼 우리 모임의 사람들이 전해준 문장을 이 자리에서 다시 나눠볼게요.

 

1. 뮤지컬 식스의 가사

뮤덕인 멤버가 추천한 문장이에요. 역사책에서 배운 영국의 헨리8세 기억나세요? 왕비를 6명 두었던 그 사람이요. 이 뮤지컬은 바로 그 6명의 왕비들이 주인공입니다.

 

“…펜과 마이크를 들었지. 역사는 완전히 뒤바뀔 거야. 이혼하고. 목이 잘리고. 죽고. 이혼하고. 목이 잘리고. 살아남았지. 하지만 오늘 밤만은 우린 이혼하고 목이 잘리고 살아있어! …흐름을 바꿀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줄게. 우리가 6명의 왕비였던 것은 모두가 알고 있지. 해가 뜰 때까지 밤새 춤을 춰. 우리는 마치 르네상스 때처럼 다시 시작할 거야…”

 

"We're one of a kind no category / Too many years lost in history / We're free to take our crowning glory / For five more minutes / We're SIX!"

- 뮤지컬 식스(SIX) 중

 

설정부터 너무 좋죠? 아쉽게도 한국엔 아직 안 들어왔지만, 유튜브로 감상하실 수 있답니다. 노래도 엄청 신나요!!!!!!

(유튜브 링크: youtu.be/jNpJAYO8RcQ )

2. 노래 오염의 가사

이어진 문장도 노래 가사였어요. 오염은 나쁜 뜻이지만, 우리는 낙인을 긍지로 전유하고, 정상과 비정상의 이분법을 뒤흔드는 페미니스트잖아요. 어떤 오염인 지 한번 볼까요?

 

레즈사회 호령하던 부치언니 페미들이 망쳐놨네. 밤일할 때 옷 안 벗던 부치 언니 자기 몸을 긍정하네남성사회 호령하던 페미언니 게이들이 망쳐놨네. 좆이라면 치를 떨던 페미언니 딜도 차고 재미보네겨우 자리잡은 호모사회 트랜스가 망쳐놨네 자기 몸을 긍정하던 부치 언니 호르몬에 빠져드네. 딜도 차고 재미보던 페미언니 아랫도리 허전하네.”

 

- 이반지하 <오염>(2004) 중

 

이 파격적이고 신선한 가사가 무려 2004년에, 그러니까 거의 20년 전에 나왔다는 게 놀랍지 않나요? 레즈비언, 페미니스트, 게이, 트렌스젠더가 서로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지면서 새로운 욕망과 쾌락을 전하면서 서로를 더 나아가 이 사회를 오염시키면 좋겠어요.

 

노래 '오염'의 가사를 발췌한 '쓰까페미' 2017 특별호에 실려있던 사라 아메드의 <망치들의 친화력> 중 

 

3. 늘 그랬듯이 길을 찾아낼 것이다의 문장

책에서 따온 문장도 많았습니다. 한 멤버는 피해자중심주의에 대한 글을 가져왔어요.

 

피해자가 바라는 것은 다시 인간적 존중을 찾는 것이지, 계속해서 피해자로 사는 것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상대를 성역화하지도, 자신의 해석을 일방적으로 강요하지도 않으면서 복잡한 상호작용 속으로 들어가야만 동등한인간의 말로서 상대의 목소리를 비로소 들을 수 있다. 피해자중심주의로는 충분하지도 가능하지도 않은 일이다."

 

- 권김현영 외 <늘 그랬듯이 길을 찾아낼 것이다>(2020) 중

 

피해자라는 단어 대신 고통을 받는 사람들’, ‘소수자를 넣어도 성립될 것 같습니다. 그런 고통 앞에서 가져야 할 태도라는 생각도 들고요. 그러나 상대를 성역화하지도 내 해석을 강요하지도 않는 상호작용은 어떻게 가능할까요?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결국 길을 찾아내겠지요?

 

 

4. 우리는 매일매일

시도 나왔습니다. 갑분낭송회! ㅋㅋㅋ

 

흰 셔츠 윗주머니에/버찌를 가득 넣고/우리는 매일 넘어졌지//높이 던진 푸른 토마토/오후 다섯 시의 공중에서 붉게 익어/흘러내린다//우리는 너무 오래 생각했다. 틀린 것을 말하기 위해/열쇠 잃은 흑단상자 속 어둠을 흔든다//우리의 사계절/시큼하게 잘린 네 조각 오렌지//터지는 향기의 파이프 길게 빨며 우리는 매일매일"

 

- 진은영 <우리는 매일매일>(2008) 중

 

이 시를 추천한 회원은 시를 읽고 매일매일 실패하는 하루가 떠올랐다고 해요. 요즘 이직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인지 버찌를 가득 넣고 넘어지는 나날들 같아서 쓸쓸하다가도 이런 날들이 모여서 한 고비를 넘어가는 구나 싶기도 하고, 그러다가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했다고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맛있는 걸 먹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지 라고 행복한 순간을 어루만지며 오늘을 넘기면서요.

 

 

5. ‘두 명의 애인과 삽니다의 문장

이번에 넘어간 곳은 폴리아모리의 세계입니다. 이 책은 폴리아모리로 사는 홍승은 씨의 에세이예요. 실제로 폴리아모리를 지향하는 멤버가 소개해주었어요.

 

사랑에 정답이 있을까. 왜 이성애 일대일 연애만이 정상이라고 믿게 되었을까…’폴리아모리를 말하기 위해서는 견고한 정상 연애와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를 경유하지 않을 수 없었다….’두 애인과 살아도 괜찮다는 비교적 뾰족하던 처음의 메시지는 점점 누구와 어떤 형태로 함께해도 괜찮아야 한다는 메시지로 나아갔다.”

 

- 홍승은 <두 명의 애인과 삽니다>(2020) 중

 

어때요? 흔히 폴리아모리라고 하면 난잡한 바람둥이만 떠올리지만, 이 글에서는 사랑과 관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보이지 않나요? 사실 모임에서도 그 동안 잘 얘기되지 않았던 조금은 낯선 주제였지만 그래서 더욱 이야기가 풍성해졌답니다.

 

6.  무성애의 문장

마지막도 성과 사랑에 대한 문장입니다. 무성애자 멤버가 소개해준 책이에요.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아가던 시기, 딱 맞는 그 단어를 발견했던 때의 이야기를 함께 들을 수 있었습니다.

 

나는 앞으로도 풋풋하기만 하고, 뭔가 빠진 것 같으며, 대체 진도는 언제 나가느닞 모르겠고, 아무리 읽어도 둘의 진한 신이 나오지 않아 기다린 보람도 없이 창을 닫고 싶어지는 소설을 쓸지도 모른다그게 내 진심이다. 진실하고 자유롭게 살고 싶어서 작가가 된, 무성애자로 정체화한 후 진정 내가 누군지를 알 수 있어 행복해진 내 진심.”

 

- 무성애가시화행동 무:대 <반투명인간>(2017) 중

 

진정 내가 누군지를 알 수 있어 행복해졌다는 말에 울컥하네요. 사람과 사람이 관계 맺는 방식에는 정답이 없는데 말이에요. 다양한 사람이 그 자체로 존중받는 세상이 오길 바랍니다.

 

<추가> 내반언 회원님의 추천 아티스트: 정밀아 님

www.youtube.com/watch?v=mCM5G7RSyNw

이렇게 6개의 문장을 나누고 나니 시간이 딱 맞게 끝났어요. 이렇게 각자의 문장을 나누는 자리도 참 좋군요. 서로를 믿는 페미니스트들의 모임이라서 이야기가 더 풍성한 거 같아요. (회원 가입은 언제든 f.culture@sisters.or.kr!!!!!) 다음 달에 또 즐겁게 만날 거예요. 그럼 안녕!!!

 

<이 글은 내가반한언니 회원 '열쭝'님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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