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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를 말하다

정부보조금 취소의 취소소송, 한국여성의전화가 이겼다!

 

어제 10일, 서울행정법원에서는 너무 중요한 판결이 있었습니다. 여성부의 일방적인 보조금 취소 결정에 대해 행정법원이 일침을 놓은 것입니다. 당연한 판단이라도 뛸 듯이 기쁘고 신나요! 요새 최고통치권자의 뜻대로 눈치보기가 너무 횡행하고 있으니 그럴법도 합니다. 

이 긴 여정 또한 '눈치보기 행정'으로 점철되어 있었습니다. 러프하게나마 한번 떠올려볼까요.

step1~ 08년 행안부, '지침' 발표!

행안부에서는 '불법시위 참가단체에게 정부 보조금 지급 금지' 라는 지침을 2008년 말 발표했습니다. 촛불시위는 곧 불법시위? 누구의 판단인지 모르겠지만 '광우병국민대책위원회' 에 참여했던 단체들은 고로 불법시위 단체가 되었습니다. 또한 국가보조금은 목적에 따라 내용에 따라 정말 세부적인 용도가 있는데 이것을 일괄 '금지'로 명한 것이죠. 무엇보다 국가가 수행하지 못하는 다양한 공익활동을 수행하는 민간단체에 지원하는 것은 국민의 세금으로 이루어지는 것인데, 이것을 행정안전부가 마음대로 인터셉트하다니!

step2~ 전 부처와 지자체, 일괄 따라 적용

매년 초에는 한해동안 수행할 공익사업에 대해 중앙행정부처나 지자체가 공모를 통해 지원금을 선정, 교부하는 기간이 열립니다. 또한 2년 연속 지원하는 사업에 대한 2차 지원금 교부도 이루어지고요. 그런데 09년 초에는 행안부가 발표한 지침을 모든 중앙행정부와 지자체들에서 이 기간동안 황급히 적용합니다. 어떤 지자체의 '민간공동협력사업'에서는 지원신청 설명회에서, 지원신청안내 공문에서 단 한줄도 공지가 없었는데 황급히 최종심사에서 이 지침을 적용하여 탈락시켰습니다. 심사위원들마저 이런 기준이 있었는지 모르고 어리둥절했을 정도였다고 하죠. 기금성격, 신청사업의 내용과 상관없이 아주 갑자기, 논의여지 없이 적용한 것입니다.

step3~ '확인서' 라도 써내라고?

여성부에서 관리하는 여성발전기금은 특별회계로 따로 관리되는 기금입니다. 여성발전기금으로 진행되는 민간단체공동협력사업 응모 역시 예년처럼 이루어졌고, 많은 단체들의 공익사업들이 최종심사에서 지원결정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차, 지원금을 교부하고자 보니 기획재정부의 '불법폭력 집회, 시위 참여단체에 대하여 지원을 제한한다' 는 예산집행지침이 또 있었지요. 자, 여성발전기금 뿐 아니라 다른 정부부처예산, 2개년 연속 지원을 받기로 되어있었던 곳까지, 지원금을 지금 막 교부해야 하는 상황에서 부처들은 "확인서" 를 쓰라는 요구를 해왔습니다.

불법시위를 주최, 주도하거나 적극 참여한 적이 없고, 보조금을 불법시위 용도로 사용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확인서. 정말 A4 한장에 덜렁 쓰여져 있는, 이 법적지위나 제출처나 증빙능력을 알 수 없는 이 확인서를 모든 정부부처와 지자체들이 동일하게 활용했다니, 정말 허술하지 않나요. 지원금을 받기로 최종확정되었는데, 이 확인서를 먼저 제출하라고 하니 - 여성의전화같은 경우 데이트폭력 예방교육을 잘하고 있다가 어떤 시위에도 참여하게 되면 이 확인서 위반이 되는 걸까요, 아닌 걸까요? 그런 상황이 온다면 데이트폭력 예방교육 지원금도 회수하겠다는 건가요 할 수 있기는 하는 걸까요?

확인서를 앞에 두고 정체도 근거도 알 수 없는 이 문서를 쓸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 여성의전화는 확인서를 내지 않기로 합니다. 그런데 여성부는 급기야 "확인서를 내지 않았다" 는 이유로 민간공동협력 사업 최종 선정 결과를 취소한 것입니다. 데이트폭력 예방교육이 여성발전을 이루지 못할 것 같다는 우려 따위와는 하등 관계없는, 스스로도 설득력을 갖고 있지 못한 자가당착에 빠진 결론이었습니다.

<관련기사>

왜 여성단체는 소송을 했을까? http://newsmaker.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5&artid=200910071116231&pt=nv

촛불단체를 배제한 이후의 행안부 http://www.pd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24288

경찰이 행안부에 시위단체 명단을 제공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view.html?cateid=1067&newsid=20090515142006553&p=newsis

 

step4~ 행정소송의 결정은? 

결국 어제 재판부는 결국 기획예산부의 예산집행지침이 '목적이랑 무관하게 단체의 성격과 활동내용을 문제로 삼아 확인서 제출할 의무를 조건으로 붙' 인 것이 문제였다고 결정했습니다. 여기서 궁금한 것은, 그러니까 불법시위 단체 금지를 행안부가 결정했고, 기획예산부에서 예산집행지침을 만들었는데 그렇다면 '확인서' 아이디어는 누구에게서 나온 거라는 말일까요? 기획예산부에서 '확인서 받아오면 불법시위에 참가했더라도 일단 교부금 주는 것으로 하겠다' 라고 언질은 주었던 걸까요? 단체들의 '준법서약서' 는 기획예산부가 어떻게 확인하고 관리하려고 한 것일까요? 

여튼. 촛불시위가 괘씸했다는 느낌 하나를 위무하게 위해 전 행정부처가 나서서 핏대를 세우고 있는 촛불탄압 활동은 매우 광범합니다. 언론도 그렇지요. 국가인원위원회 민간단체협력사업에서 이 지침을 일방적으로 따르지 않고 내부 논의를 거치자 조중동은 "국가인권위원회가 불법시위 단체를 지원한다"며 '일러바치기'를 했었습니다. 지침의 법적 지위를 따지기도 전의 일괄적용, 정부 예산 사용의 기준에 무관한 내용이 첨가 등 법치를 넘어서는 설득력없는 막가파식 추진, 서울행정법원의 판결로 일단 제동이 걸렸습니다.     

 

강희락 경찰청장은 지난 5월 12일 기자간담회에서 "행정안전부의 정부보조금 지원중단 문제는 각 해당부처가 직접 결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고 말한 바 있습니다. 자, 여성부는 어떤 '자기만의 근거'를 가지고 교부금 취소를 했던 것인지, 그래서 항소를 제기할 것인지 행정법원의 판단을 어떻게 받아들일지요. 귀추가 주목됩니다. 지금쯤 전 부처와 행안부가 모여서 대책마련을 함께 논의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설마 여성의식없는 이 정부에서 '여성부가 행정소송에서 패소' 했다며 여성부만을 비난하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아이고, 쓸데없는 여러 걱정까지 하고 있습니다;; 

 

 한국여성의전화,
여성부 공동협력사업 선정취소결정 취소 소송서 여성부에 승소
 

- 서울행정법원, “2009년 여성단체 공동협력사업 선정취소결정 취소” 판결
- 보조금 교부 목적 달성과 무관하게 단체의 성격과 활동내용을 문제 삼는 것은 위법 -
 

1. 서울행정법원은 12월 10일 한국여성의전화(공동대표 정춘숙, 강은숙, 이덕자)가 9월 1일 여성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 대해 “2009년 여성단체 공동협력사업 선정취소결정을 취소한다”고 판결하였다.
여성부는 “불법폭력 집회, 시위 참여단체에 대하여 지원을 제한”한다는 기획재정부의 예산집행지침을 적용하여 한국여성의전화에 <확인서>를 요구하고, 이에 불응한 것을 이유로 선정취소 결정을 한 바 있다.

2. 서울행정법원 제14부는 “관련 법규에 의하여 보조금 교부를 결정하면서 붙일 수 있는 조건은 ‘법령과 예산이 정하는 보조금 교부 목적을 달성함에 필요한 조건’일 뿐 보조금 교부 목적 달성과는 무관하게 보조금을 지급받을 단체의 성격과 활동내용을 문제로 삼아 불법 시위 단체가 아니라는 취지의 확인서를 제출할 의무를 그 교부조건으로 붙일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다. 또한 이 결정이 중대한 공익상 필요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 아니므로 여성부의 보조금 교부결정취소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한 처분”이라고 판결하였다.  

3. 2008년 촛불시위 이후 정부가 자의적 기준으로 ‘불법시위단체’를 규정하고 해당단체들에게 이 사건과 유사한 <확인서>를 요구하여 관련 소송들이 진행 중이다. 이번 판결은 정부가 시민단체들의 견제․비판 기능을 약화시키고자 보조금 교부에 대한 재량권을 남용하여서는 안 됨을 함의하고 있다. 정부가 부당하게 시민단체들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활동영역을 제한하지 않도록 이번 판결이 선례가 되기를 기대한다. 

4. 한국여성의전화는 데이트폭력 예방 및 근절을 위한 교육․홍보사업으로 2009년도 여성부 공동협력사업에 선정되었고, 여성부는 이 사업 보조금으로 2,000만 원을 지급한다는 결정을 하였다. 그러나 ‘기획재정부 2009년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에 의거하여, 한국여성의전화가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의 연대 단체이므로 ‘불법시위를 주최, 주도하거나 적극 참여한 적이 없고, 보조금을 불법시위 용도로 사용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요구하였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이에 불응하자 여성부는 2009 여성단체 공동협력사업 지원단체 선정취소를 한국여성의전화에 통보하였다.

이에 한국여성의전화는 9월 1일 행정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2009. 12. 10.
한국여성의전화